[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글로벌 주식시장의 상승동력이 돼줄 것으로 기대됐던 미국 어닝시즌이 실망스런 분위기로 전개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꺾이고 있다. 증권가는 미국 어닝시즌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지는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될 수 있는 업종에 관심을 기울이라는 의견이다.
1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주(7~11일) 미국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6%, 나스닥은 3.1% 하락했다. 성장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받았던 기술주와 바이오주를 중심으로 가격 논란이 벌어지며 조정이 나타나는 양상이다. 이들 업종의 약세와 더불어 주가를 끌어내리는 것은 부진한 기업 실적에 대한 투자자들의 실망 매물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1분기 어닝시즌을 맞아 실적을 발표한 S&P500 29개 기업 중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놓은 기업을 뜻하는 포지티브 서프라이즈(Positive Surprise) 비율은 51.7%에 불과하다. 작년 같은 기간 66.8%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아진 수치다.
특히 실적의 양극화가 뚜렷하다. 29개 기업 중 15개 기업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10.3%에 달하는 반면 13개의 기업의 EPS 증가율은 -17.3%에 그치고 있다. 소재와 반도체 업종의 실적 개선은 뚜렷하지만 필수소비재와 금융, 소프트웨어 등은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어닝시즌의 출발을 알린 삼성전자가 시장 컨센서스에 부합하는 성적을 내놓으면서 국내 기업들의 실적에 대한 기대감은 아직 살아 있는 상황. 그러나 컨센서스 하향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다 미국 어닝시즌 부진 여파가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국내 증시의 어닝시즌에 대한 낙관론은 이르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 어닝시즌의 부진을 통해 나타난 증시 조정을 본보기로 당분간 성장주보단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가치주 업종이 투자에 유망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 시즌의 초입에 진입했다는 점과 1분기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이 크게 좋지 못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높은 밸류에이션의 성장주 스타일보단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밸류에이션의 가치주 스타일이 선호될 것”이라며 소재와 산업재를 이에 걸맞은 업종으로 추천했다. 안정적인 밸류에이션과 더불어 차이나 리스크 완화와 원화 강세 수혜도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소재와 산업재 업종에 대한 매수 적기는 잘 저울질해야 할 전망이다. 전지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소재와 산업재에 대한 매수 시점은 1분기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중국 경기에 대한 비관론이 고점을 형성한 이후로 조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