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웹3블록체인협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김태림 AXIS Law 대표변호사, 윤현근 인사이트3(INSIGHT3 Inc.) 대표이사, 티모시 신 인사이트3 창립 파트너·미국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에서 열린 이데일리 디지털자산기본법 좌담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지연 리스크를 이 같이 지적했다.
앞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9일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 등을 포함한 올해 1분기(1~3월) 주요 추진과제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지난 2월28일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했고 지방선거 시기가 다가오면서 당정협의가 잇따라 미뤄졌다. 국회 정무위는 12일 금융 관련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 예정이어서 관련 논의 여부가 주목된다.
관련해 이들 전문가들은 이날 좌담회에서 이미 작년에 90조원이 유출된 상황에서 앞으로는 100조원 이상 이탈 규모가 커질 것이란 우려를 제기했다.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 스테이블코인 글로벌 거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스테이블코인 거래를 막을수록 자본의 해외 유출만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입법 지연에는 중동 전쟁, 지방선거 영향도 있지만, 그 근저에는 디지털자산(가상자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나 새로운 현상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대로 갈수록 미래세대들이 새로운 디지털자산 산업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자산기본법 핵심 쟁점인 50%+1주 은행 중심 컨소시엄의 경우 시스템 안정성 측면에서 수용 가능한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두나무(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스트리미(고팍스) 등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지분 규제는 위헌 시비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지분 규제는 법안에서 제외할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50%+1주, 지분규제 논란 이외에 △외국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처리 규정 △ 토큰화 자산(RWA)과 토큰증권(STO)의 법적 정의 통합 △고객확인(KYC), 자금세탁방지(AML) 관련 글로벌 상호운용성 표준 마련 △디지털자산 감독 거버넌스의 통합 등의 4가지 중요 의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관련 좌담회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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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자산기본법 상황에 대해 진단하면.
△김태림=2024년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1단계 입법) 시행 이후, 한국은 발행·유통·공시·스테이블코인을 아우르는 2단계 입법, 즉 디지털자산기본법(DABA) 제정을 약 2년째 미루고 있다. 그 사이 미국은 지니어스(GENIUS) 법으로 스테이블코인 프레임워크를 완성했고, 일본은 가상자산을 금융상품거래법 적용 대상으로 재분류했으며, 홍콩은 스테이블코인 조례로 첫 라이선스를 발급했다. EU는 MiCA로 27개국 단일시장을 가동 중이다.
그 결과 한국 시장에는 ‘양적 성장과 질적 이탈’이라는 모순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자산 이용자 수는 1113만 계정으로 늘었지만,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 해외로 빠져나간 자산만 작년 하반기에 90조원에 달한다. 자본은 규제가 없는 곳이 아니라 규제가 가장 명확한 곳으로 흐른다는 사실은 입법 지연이 곧 시장 경쟁력의 손실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입법 지연의 본질은 행정의 지연이 아니라 정치적 결단의 지연이다. 발행 주체와 거래소 지분 규제라는 두 핵심 쟁점에서 여당 내부 및 한국은행과 금융위 사이의 이견이 정리되지 못한 채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밀려나면서, 시장은 이미 ‘디지털 자본 유출’이라는 구체적 청구서를 받기 시작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은 ‘디지털자산 산업의 입법’이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의 다음 30년 인프라’를 정하는 입법이다. 미국·일본·유럽연합(EU)·홍콩·싱가포르가 동시다발적으로 시장 구조를 다시 짜고 있는 지금, 한국이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또 미루는 만큼 글로벌 자본의 매력도와 협상력은 줄어든다.
정치적 셈법으로 보면 올해 하반기 통과조차 쉽지 않다. 그러나 정치적 결단이 늦어질수록, 한국이 가진 IT 인프라·금융 규제 역량·역동적 이용자 기반이라는 ‘준비된 자산’은 매몰 비용으로 변한다. 시간의 편익이 한국에게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빨리 입법의 큰 줄기를 잡고 법을 빨리 처리해야 하는 게 급선무다.
-왜 지연되고 있다고 보나.
△윤현근=표면적인 일정만 보면, 올해 1분기 처리를 목표로 했던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지난 4월27일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빠진 데 이어 5월12일로 또 한 차례 미뤄졌고, 6월 지방선거 이후에야 본격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안조차 아직 제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원 발의안 4건만 정무위 소위에 계류 중이다.
지연의 본질은 세 가지 축에 있다. 첫째, 한은과 금융위원회의 발행 주체 이견이다. 한은은 은행권 50%+1주 컨소시엄과 만장일치 합의제를 주장했고, 여당 일부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둘째,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제에 대해 입법조사처가 두 차례에 걸쳐 위헌 소지를 지적하면서, 종전 안 그대로 추진하기 어려워진 정치적 부담이 생겼다. 셋째, 5월 원내대표 선거와 6월 지방선거, 이후 국회 원 구성 협상이 줄줄이 예정되어 있어 정치적 우선순위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이 계속 밀린다.
정리하면, 입법 지연은 기술적 검토의 미비가 아니다. 발행 주체와 지분 규제를 둘러싼 이해관계의 충돌, 그리고 그것을 관통할 정치적 의지의 부재가 핵심이다.
△김태림=스테이블코인이든 다른 디지털자산이든 ‘실체하지 않은 가상자산’이라는 부정적 틀이 깨치지 않았기 때문에 입법 지연이 되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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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지연으로 어떤 리스크가 있나.
△티모시 신=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데 한국은 뒤처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K팝 등 한국 문화에 대한 수요가 엄청나고 경제적 기회가 많은데 입법이 지연돼 기회를 많이 놓치고 있다.
첫째, 자본의 해외 이탈이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금융정보분석원의 작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거래소 외부 출고액 107조3000억원 중 본인확인을 거쳐 해외 사업자·개인지갑으로 이전된 ‘화이트리스트’ 금액이 90조원으로 약 84%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시가총액은 87조2000억원으로 상반기 대비 8% 줄었다. ‘이용자는 늘었는데 자본은 빠져나가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둘째, 사업자의 의사결정 마비다. 발행 인가제, 준비자산 규정, 외국 발행 스테이블코인 처리, 거래소 진입·영업행위 규제가 모두 2단계 입법에 묶여 있다. 글로벌 발행사들은 한국 시장 진입 구조를 짤 수 없고, 국내 사업자는 신규 라이선스 형태와 자본 요건을 모르는 상태에서 투자 판단을 미뤄야 한다. 빗썸 오지급 사태 이후 거론된 ‘5분 단위 잔고 대사’와 ‘킬 스위치’ 같은 후속 보완책도 입법이 늦어지면 그 효력 기반이 약해진다.
셋째, 외환·통화 관리상의 사각지대 확대다. 신현송 한은 총재가 인사청문회에서 “적절한 제도적 장치가 갖춰지기 이전에 달러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급격히 늘어나면 당국 모니터링을 벗어난 자본 유출입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짚은 그대로다. 입법이 없으면 모니터링 권한도 없다. 그 사이 USDT, USDC를 통한 한국 자본의 실질적 ‘디지털 달러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넷째, 글로벌 협상력의 손실이다. 미국 GENIUS 법, 일본 FIEA 개정, 홍콩 스테이블코인 조례 발효 이후, 글로벌 발행사와 인프라 사업자들은 ‘제도가 명확한 곳’부터 자원을 배분한다. 한국은 거래량 세계 2위 시장이라는 협상 카드를 가졌지만, 제도 공백이 길어질수록 카드의 가치가 줄어든다. 시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입법 지연의 가장 큰 비용은 ‘선례의 굳어짐’이다. 제도가 없는 동안 시장은 자기 나름의 표준을 만든다. 한국 투자자들은 이미 USDT, USDC 기반의 환전·결제 흐름에 적응했고, 일부 거래소·VASP는 자체적인 외국 스테이블코인 처리 방식을 운용 중이다. 이런 비공식 표준이 굳어지면, 나중에 법이 도입되어도 시장을 다시 정렬하는 비용이 훨씬 커진다. 해외에서 한국으로 들어오고 싶은 자금까지도 통제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경제적으로 많은 기회를 잃는 것이다.
△김태림=이같은 리스크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활발한 토론이 있어야 한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완벽한 법안을 기다릴 사안이 아니다. 핵심 골격(스테이블코인 발행 인가, 준비금·상환 의무, 공시·감독 권한)에 대한 정치적 결단을 6월 지방선거 직후 즉시 처리해야 한다. 세부 쟁점은 시행령과 후속 입법으로 보완하면 된다. 시간은 지금 한국의 편이 아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많이 안 쓰일 것이란 부정적 시선이 있다.
△윤현근=유스케이스(use case)는 입법이 진행되면 잇따라 나올 것이다. 산업계가 입법도 없는데 미리 뭔가를 선보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입법 공백이 해소되면 유스케이스는 굉장히 많이 나올 것이다.
△김태림=규제의 문제다. 규칙이 정해지고 운동장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 기저에는 두려움이 깔려 있다고 본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새로운 현상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기회를 계속 놓치고 있는 것이다. 규칙과 운동장을 만들어주지 못하면 미래세대들이 새로운 디지털자산 산업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완전히 차단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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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전망은.
△윤현근=5월12일 정무위 법안소위가 예정되어 있지만, 12일 소위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본격 논의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국회 안팎의 공통된 평가다. 여당 내부에서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제에 대한 위헌 논란이 정리되지 않았고, 5월 초 원내대표 선거와 6월 지방선거가 겹쳐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자산 TF 위원들도 ‘소위에서 일단 법안을 상정한 뒤 지방선거 이후 본격 심사’ 입장에 가깝다.
따라서 5월12일에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법안의 공식 상정과 병합 심사 트랙 구축’ 정도다. 6월 지방선거가 끝나고 솔라나 회장 방한 등 글로벌 이벤트가 겹치는 시점에 비로소 실질 논의가 시작될 것이다. 시장은 이 일정을 전제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은행 50%+1주 핵심 쟁점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
△티모시 신=은행 중심의 발행 구조 자체는 글로벌 표준에 부합한다. 일본은 이미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은행과 신탁사로 제한했고, 미국 지니어스 법도 결제용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 대한 100% 유동성 준비금과 월간 공시를 요구한다. 한국이 ‘규제 수준이 높은 은행을 우선 허용하고 점차 확대한다’는 방향을 잡은 것은 시스템 안정성 측면에서 합리적이다.
그러나 “50%+1주를 시중은행에만 한정한다”로 해석되면 시장 형성 자체가 어려워진다. 풀어야 할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 ‘은행’의 정의를 시중은행,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을 모두 포함하는 은행법상 은행으로 명확히 한다. 둘째, 비은행 컨소시엄 참여자(수탁사, 결제 PG, 핀테크, 기술 파트너)의 지분 한도를 합리적 수준에서 설정한다. 셋째, 테더·서클 등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의 ‘기술·정산·준비금 설계 파트너십’을 발행 주체로 보는지 외부 협력으로 보는지를 분명히 한다. 글로벌 사업자에게는 ‘발행자가 아닌 정산·유동성 파트너’ 포지션을 허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만장일치 합의제’는 사실상 거부권 구조이므로, 다수결 또는 가중다수결로 정리해야 컨소시엄이 실제로 굴러간다.
-가상자산거래소 지분 규제 핵심 쟁점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
△김태림=입법조사처가 두 차례에 걸쳐 위헌 소지를 지적한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제’는 직업 선택의 자유, 재산권, 평등권에 대한 비례 원칙 충족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빗썸 오지급 사태 등 실질적 입법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일률적 지분 상한 자체로는 위헌 시비를 피하기 어렵다.
대안은 두 갈래다. 첫째, 지분 자체가 아닌 의결권·이해상충 행위를 직접 규제한다. 거래소가 자기 발행 토큰을 자기 거래소에 상장하거나, 대주주 관계회사 토큰을 우대 상장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행위 규제로 옮기면 위헌 시비를 줄일 수 있다. 둘째, 사후 감독 강화로 보완한다. 미국 클래리티 법안이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사이의 관할권을 정리하면서 거래소에 ‘브로커-딜러 수준의 시장감시·고객자산 분리·이해상충 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방향이 좋은 참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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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근=‘은행 50%+1주’와 ‘거래소 지분 규제’ 두 쟁점이 입법 의제를 사실상 독점하면서, 정작 시장 구조를 좌우할 외국 스테이블코인 처리, 토큰화 자산의 법적 정의, 토큰증권(STO) 통합, 글로벌 상호운용성 규정이 논의 테이블에서 사라졌다. 이 ‘실종된 의제’가 한국형 모델의 성패를 결정할 것으로 본다.
첫째, 외국 발행 스테이블코인 처리 규정이다. USDT, USDC가 이미 한국 시장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 유럽연합(EU) 미카(MiCA)가 USDT의 EU 내 거래를 사실상 제한하면서 시장 흐름이 바뀐 것처럼, 한국이 외국 스테이블코인을 어떻게 분류하고 어떤 조건으로 유통을 허용할지 정해야 한다. 단순 금지는 비현실적이고, 무제한 허용은 통화주권을 흔든다. ‘인가받은 국내 발행 원화 스테이블코인과의 1:1 정산 의무’ 같은 브릿지 설계가 필요하다.
둘째, 토큰화 자산(RWA)과 토큰증권(STO)의 법적 정의 통합이다. 현재 토큰증권은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트랙으로, 가상자산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디지털자산기본법 트랙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부동산, 매출채권, 토큰화 머니마켓펀드(MMF), 토큰화 국채 같은 실물자산(RWA)이 어느 트랙으로 가는지 모호한 상태가 길어지면, 한국 기관들은 모두 해외(싱가포르·홍콩)에서 토큰화 자산을 발행하게 된다. 자본시장법과 디지털자산기본법의 교집합 영역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셋째, 글로벌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표준이다. 국내망과 글로벌 퍼블릭 네트워크를 어떤 보안 규격, 어떤 고객확인(KYC)/자금세탁방지(AML) 트래블룰 표준으로 연결할지에 대한 ‘K-표준’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 부분은 입법이 아니라 시행령·고시 영역이지만, 기본법에 근거 조항이 들어가야 한다.
넷째, 디지털자산 감독 거버넌스의 통합이다. 금융위, 한국은행, 금융정보분석원, 국세청, 과기정통부가 분절적으로 권한을 나눠 갖고 있어 사업자 입장에서 어디에 무엇을 신고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디지털자산위원회 같은 통합 거버넌스 기구가 기본법에 명시되어야 한다.
6월 지방선거 직후 솔라나 회장 등 글로벌 인사 방한이 입법 논의에 외부 모멘텀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가 있지만, 외부 이벤트가 입법을 끌어가면 ‘특정 프로젝트·기업 친화 입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솔라나 회장의 방한은 상징적 모멘텀으로 활용하되, 입법 의제는 어디까지나 한국 시장의 구조적 필요(자본 이탈 방지, 통화주권 보호, 산업 육성)에 근거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