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부터가 특별했다. 데뷔 초부터 함께한 전 소속사와의 동행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한 다음 날 작품 출연 제안을 받았기 때문. 박효주는 영화 ‘필사의 추격’에서 인연을 맺은 배우이자 ‘랑데부’ 남자 주인공 태섭 역을 맡고 있는 박성웅의 소개로 ‘랑데부’와 인연을 맺게 됐다.
연극 출연은 2013년 ‘레몬’ 출연 이후 무려 11년 만이다. 박효주는 “잡지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한 이후 무대 연기를 처음 경험했을 때 연기자의 길을 가야겠다는 마음을 굳혔다”면서 2005년 뮤지컬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공연 당시를 되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무대는 늘 그리워했던 곳”이라고 했다.
게다가 작품 속 지희와는 무용이라는 연결고리가 있다. 극중 지희는 무용을 포기한 뒤 하늘로 떠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중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학창시절 발레리나 지망생이었던 박효주는 “저 역시 무용을 배웠기에 캐릭터의 설정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고 신기하기도 했다. 그 지점이 연극 무대로 다시 향하는 도전 의지를 고취하는 데 한 몫을 했다”고 밝혔다.
미국 극단 리빙시어터에서 활동을 이어온 김정한이 작·연출을 맡은 ‘랑데부’는 실험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움직이는 트레드밀을 설치한 런웨이 형식의 기다란 무대에서 단 두 명의 배우가 단 한 번의 퇴장 없이 1시간 30분간 극을 이끈다. 이 가운데 두 배우는 공연 때마다 달라지는 ‘접촉 즉흥’ 춤까지 소화해야 한다.
박효주는 무대 양옆에 바짝 붙어 있는 객석을 메우는 관객의 따듯한 시선에 힘을 얻으며 연기에 임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우리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같이 웃고 울며 호흡해 주고 있다는 걸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연극을 4D로 보는 기분’이라는 반응도 재밌더라”며 “관객의 응원 덕분에 저를 더 내려놓고 온전히 연기에 집중하게 된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개막한 ‘랑데부’는 오는 21일까지 공연한다. 박효주와 문정희가 지희 역을, 박성웅과 최원영이 태섭 역을 번갈아 연기한다. 박효주는 “호흡이 긴 작품을 집중해서 보기 쉽지 않은 시대이지 않나”라면서 “많은 분이 ‘랑데부’를 통해 웃고 울며 관계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을 경험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랑데부’가 한 번의 공연으로 끝나지 않고 꾸준히 관객과 다시 만나는 작품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연기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차기작과 새로운 소속사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박효주는 “계속해서 좋은 작품으로 대중과 만나고 싶다. 영화, 드라마, 연극 등 모든 분야에 열려 있다”며 “‘배우 박효주’ 하면 딱하고 떠오르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