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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이날 KT스카이라이프와 현대홈쇼핑은 ‘프로그램 송출 계약’과 관련한 협상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양사 대표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담당자가 참여했다.
현대홈쇼핑이 20일을 기점으로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는 공지에 따라 사실상 블랙아웃을 막기 위한 막판 협상을 진행한 것이다. 다행이 이날 협상에서 블랙아웃 시점을 연기하는 것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사의 갈등 이유는 ‘송출수수료’ 탓이다. 홈쇼핑사들은 유료방송 채널에 수수료를 내고 입점한다. 수수료 계약은 1년마다 진행되고 산정 근거는 홈쇼핑 상품 판매 매출 증감, 유료방송 가입자수 증감 등이 적용된다. 특히 지상파에 가까운 앞번호일수록 시청률이 높기 때문에 지불비용은 더 커진다. 홈쇼핑 업체들은 대부분 지상파 근처에 채널번호를 쓰고 있으며, 현대홈쇼핑은 KT스카이라이프에서 채널 6번을 사용 중이다.
현대홈쇼핑과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 3월부터 수수료 관련 협상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무려 5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양사의 의견은 평행선을 달렸다. 엔데믹 이후로 수익이 낮아진 현대홈쇼핑은 송출수수료가 부담이 된다면서 이를 줄이기 위해 채널 20번대로 후순위 이동 및 수수료 인하를 요구했다. 하지만 KT스카이라이프의 후순위 채널들의 계약이 2024년까지 맺어져 있어 이동은 불가능하고, 수수료는 시장 논리에 따라 산출 가격이라는 의견을 내면서 골이 깊어졌다.
‘더 이상 협상여지가 없다’고 판단한 현대홈쇼핑은 10월 20일을 기점으로 송출중단을 통보했다. 이에 KT스카이라이프는 정부가 내놓은 가이드라인 중 ‘정당한 사유 없이 진행 중인 협의를 중단하는 행위’ 위반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최근 ‘대가검증협의체’까지 신청하며 강경하게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3월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계약 기산일로부터 기본 협의기간 5개월과 추가 협의기간 3개월 등 최장 8개월간 협의기간을 둘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추가 협의기간은 의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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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협의를 하는 중에 송출중단을 했으니 가이드라인 위반이라고 본다”며 “IPTV에서도 홈쇼핑 수수료를 받고 있는데, 왜 유독 케이블과 위성방송에만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사실 홈쇼핑과 유료방송간의 송출수수료 갈등은 해묵은 문제다. 매년 계약이 갱신 될때마다 실랑이가 벌어지고 홈쇼핑사들은 ‘블랙아웃’ 으름장을 놓는다. 이미 올해 롯데홈쇼핑-딜라이브, CJ온스타일ㆍ현대홈쇼핑-LG헬로비전, NS홈쇼핑-LG유플러스 등도 갈등을 겪거나, 겪고 있다.
홈쇼핑 사업자들은 오픈마켓 등으로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 가운 송출 수수료 부담은 매년 늘어났다고 주장한다. 올해 상반기 홈쇼핑 4개사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0%나 감소했다. 지난해 홈쇼핑 사업자들이 낸 송출수수료 규모는 1조9065억원으로 2018년(1조4304억원)과 대비 33.3% 증가했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방송 매출액 대비 비중은 65.7%에 달한다.
하지만 유료방송도 물러나긴 쉽지 않다. 송출수수료는 유료방송 플랫폼을 지탱하는 핵심재원이다. 케이블TV의 경우 지난해 전체 방송사업 매출에서 홈쇼핑 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41.9%에 달한다. IPTV는 30.2%, 위성 35.5%다.
다만 방송업계에서는 홈쇼핑 블랙아웃이라는 사태는 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 현대홈쇼핑-KT스카이라이프를 제외한 4곳은 잠정 협상 타결을 보며 블랙아웃은 피했다. 완전한 협상은 아니라 수수료 협상은 계속 진행되고 있으나, 방송중단을 막자는 게 홈쇼핑과 유료방송의 공통된 의견이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는 양쪽의 의견을 들으며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송출수수료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박천일 숙명여대 교수는 “이런 갈등은 미디어시장의 꼬인 실타래라고 본다. 유료방송의 재원 다각화, 규제 완화 등 뭐하나 푼다고 풀리는 게 아니라는 의미”라며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이고 합리적인 조정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