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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커상 불발…천명관 “재밌는 이벤트, ‘고래’ 보편성 봤다”

김미경 기자I 2023.05.24 17:54:16

영국 부커상 국제부문 수상작 발표
천명관 작가의 첫 장편 ''고래'' 고배
수상작은 불가리아 작가 ‘타임 셸터’

‘고래’의 천명관 작가(오른쪽)와 김지영 번역가가 2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스카이가든에서 열린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시상식에 참석해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올해의 재밌는 이벤트였다고 생각합니다.”

소설 ‘고래’로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이 불발된 천명관 작가는 23일(현지시간) 시상식 직후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나온 지 거의 20년 된 ‘고래’ 덕에 여기까지 왔다며 “큰 기대는 없었다”는 것이다.

천 작가는 이날 런던 스카이 가든에서 열린 시상식이 끝난 뒤 연합뉴스 기자와 현장에서 만나 “처음 후보가 됐을 때 ‘별일이 다 생기는구나’라고 받아들였고, 큰 기대는 없었다”면서도 부커상 후보에 오른 것은 ‘고래’의 보편성을 느끼게 된 계기였다고 했다.

그는 “외국 독자들이 한국 독자들과 비슷하게 느끼는 것이 재밌었다. 블랙 유머, 슬픔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세상에 좋은 독자들이 많구나, 이런 것에 위안이 됐다”고 했다. 이어 “한국 작가가 앞으로 부커상을 받으면 외국인들에게 우리 문학을 더 많이 읽힐 기회니까 좋은 일일 것”이라고도 말했다.

‘고래’는 2004년 출간된 천 작가의 첫 장편이다. 국밥집 노파, 금복, 춘희 세 여성의 3대에 걸친 거친 삶을 통해 인간의 욕망, 그 성취와 몰락을 그려낸 소설이다. 작품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매우 새로운 스타일의 문체라는 점, 가난하고 소외된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점, 세대가 각각 다른 세 여성의 삶을 통해 한국 사회가 거쳐온 전근대와 근대의 심리적 풍경을 묘사한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이날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2023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불가리아 작가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의 ‘타임 셸터’(Time Shelter)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수상작 ‘타임 셸터’는 알츠하이머 환자 치료를 위해 과거를 완벽하게 재현한 클리닉에 관한 소설로 환자뿐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과거를 경험하기 위해 몰려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과거에 집착하는 유럽의 암울한 세태를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롭게 꼬집는다. 고스포디노프 작가는 시상식에서 “우리의 이야기가 계속되는 한 삶은 이어지고, 그것이 문학의 기적”라며 수상의 기쁨을 전했다.

한국 작품이 부커상 국제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건 이번이 네 번째다. 2016년 작가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이 상을 처음 받았고, 한강의 ‘흰‘(2018년), 정보라의 ‘저주토끼’(2022년)는 최종 후보에 올랐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2005년 신설된 이 상의 ‘인터내셔널 부문’은 비영어권 작가의 영어 번역 문학작품에 수여한다. 부커상과는 별도로 시상하며 작가와 번역가에게 함께 상을 준다. 상금은 5만 파운드로, 작가와 번역가가 절반씩 나눠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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