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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에서 사라진 연기금…하반기 구원투수 될까

이재호 기자I 2016.05.19 16:14:15

5월까지 순매수 3800억원 그쳐
글로벌 증시 변동성 확대로 투자 위축
하반기 저가매수 확대 기대…"조단위 투자 예상"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국내 증시에서 연기금 매수세가 실종됐다. 큰손 역할을 하던 연기금이 지갑을 닫으면서 코스피가 박스권 장세 탈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주가가 저점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으면서 투자에 나설 분위기가 조성된데다 국민연금 등 대형 연기금이 투자자산별 비중을 유지하기 위해 국내주식 투자를 늘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올해 연기금 순매수, 전년대비 10분의 1로 줄어

19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연기금의 순매수 규모는 381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3조3074억원)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월별로는 글로벌 증시가 혼돈에 빠졌던 1월에 379억원 순매도를 기록한 뒤 2월 1682억원, 3월 2263억원을 순매수하며 투자심리가 회복되는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4월 131억원으로 감소했고 5월 들어서도 126억원 매수에 그치고 있다.

한국거래소 시황분석팀 관계자는 “코스피가 지난 4월 21일 연고점을 찍은 뒤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수익률에 민감한 연기금이 관망세를 보이는 것 같다”며 “매수와 매도가 교차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매도세에 가까운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연초부터 국제유가 변동성이 확대된데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등 시장이 혼란스러워 투자 시점을 포착하기 어려웠다”며 “투자한 종목의 수익률도 저조한 편”이라고 전했다. 실제 연기금 순매수가 많았던 삼성생명(032830)한국항공우주(047810), 현대제철(004020) 등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하반기 국민연금 지갑 여나…“박스권 탈출 모멘텀”

이 같은 상황은 조만간 반전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통 큰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국내주식 매수를 자제해 왔다. 이에 따라 전체 투자자산에서 국내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말 18.5%에서 최근 18.2%로 소폭 하락했다.

국민연금이 제시한 올해 국내주식 자산 비중 목표치는 20%. 시장 상황에 따라 비중이 조정될 수 있지만 국민연금은 ‘2016년도 기금운용계획’에서 국내주식에 4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명시했다. 올해 순매수 규모를 고려할 때 아직 3조8000억원 이상의 투자 여력이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에도 전체 연기금 순매수 금액(9조1240억원)보다 많은 10조4198억원 규모의 국내주식을 사들였다. 국민연금의 행보는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 각종 공제회 등 다수의 연기금 투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투자 확대를 위한 여건도 무르익고 있다. 코스피가 1940선까지 후퇴하면서 저가 매수 심리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6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연기금이 하반기부터 공격적인 순매수에 나설 경우 주가 반등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자산별 투자 비중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하반기 이후에는 순매수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주가가 고점일 때는 공격적으로 들어오기 어렵지만 바닥이라고 판단되면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기금이 바구니에 담을 업종이나 종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배당주와 낙폭 과대주가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는 현대모비스(012330), 포스코(005490), KT(030200), 현대건설(000720), LG디스플레이(034220), 롯데케미칼(011170) 등을 유망 종목으로 평가하고 있다. 장화탁 동부증권 주식전략팀장은 “연기금의 대형주 선호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배당주와 저평가주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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