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기금 순매수, 전년대비 10분의 1로 줄어
19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연기금의 순매수 규모는 381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3조3074억원)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거래소 시황분석팀 관계자는 “코스피가 지난 4월 21일 연고점을 찍은 뒤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수익률에 민감한 연기금이 관망세를 보이는 것 같다”며 “매수와 매도가 교차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매도세에 가까운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연초부터 국제유가 변동성이 확대된데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등 시장이 혼란스러워 투자 시점을 포착하기 어려웠다”며 “투자한 종목의 수익률도 저조한 편”이라고 전했다. 실제 연기금 순매수가 많았던 삼성생명(032830)과 한국항공우주(047810), 현대제철(004020) 등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하반기 국민연금 지갑 여나…“박스권 탈출 모멘텀”
이 같은 상황은 조만간 반전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통 큰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국내주식 매수를 자제해 왔다. 이에 따라 전체 투자자산에서 국내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말 18.5%에서 최근 18.2%로 소폭 하락했다.
투자 확대를 위한 여건도 무르익고 있다. 코스피가 1940선까지 후퇴하면서 저가 매수 심리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6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연기금이 하반기부터 공격적인 순매수에 나설 경우 주가 반등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자산별 투자 비중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하반기 이후에는 순매수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주가가 고점일 때는 공격적으로 들어오기 어렵지만 바닥이라고 판단되면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기금이 바구니에 담을 업종이나 종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배당주와 낙폭 과대주가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는 현대모비스(012330), 포스코(005490), KT(030200), 현대건설(000720), LG디스플레이(034220), 롯데케미칼(011170) 등을 유망 종목으로 평가하고 있다. 장화탁 동부증권 주식전략팀장은 “연기금의 대형주 선호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배당주와 저평가주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