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입 접고 `토지 쇼핑` 나선 NS쇼핑

박수익 기자I 2016.05.10 16:14:29

그룹 의사결정으로 '금고' 문 열고 외부돈 빌려
영업으로 번돈 충당 가능하지만 재무구조 부담
상장 1년만에 계획 없던 비관련 사업 투자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이자 받던 회사가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하림계열 NS쇼핑이 무차입경영 기조를 포기하고 땅을 쇼핑하기 위해 외부자금 조달에 나선다. 홈쇼핑업계 5위인 NS쇼핑은 영업활동으로 연간 1000억원 가까이 벌 수 있는 탄탄한 수익력을 갖추고 있지만 향후 파이시티 개발 재원까지 고려하면 재무구조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S쇼핑은 파이시티(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 매입 자금 마련을 위한 1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NS쇼핑은 그동안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나갈 돈이 많지는 않았던 구조다. 홈쇼핑업종 특성상 고정자산투자나 운전자금부담이 크지 않아 매년 현금을 확보했다. 그 결과 차입금은 없고 보유현금이 2000억원대에 달하는 순(純)차입금 마이너스의 재무구조를 자랑해왔다.

그러나 최근 하림그룹 차원에서 물류센터 개발사업을 위해 파이시티 매입을 결정했고 그 선봉에 NS쇼핑을 내세웠다. NS쇼핑은 지난 3년간 그룹 합산 영업이익의 30% 이상(최근 인수한 팬오션 제외)을 담당했던 곳이고, 축산물가공업을 하는 다른 계열사들이 실적 부침을 겪는 동안에도 안정적으로 돈을 벌어다 준 곳이었다. 파이시티 부지 매입은 명목상 엔바이콘이라는 회사가 진행하지만 실질적 인수주체는 엔바이콘 지분 100%를 가진 NS쇼핑이다. 이미 500억원을 지난달 11일 출자했고 나머지는 보유현금과 회사채 발행 등 외부차입으로 조달키로 했다.

NS쇼핑 입장에선 땅을 사자는 부모(모회사)의 결정에 그동안 쌓아둔 적금 다 깨고 외부 돈까지 빌려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연간 40억원 가량의 이자수입이 발생했지만, 앞으론 외부 차입으로 70억원 가량의 이자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NS쇼핑의 연간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이 1000억원 정도여서 금융비용이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에 차입하는 자금은 ‘땅 값’만 지급하는 것이고 향후 건축·개발 비용까지 고려하면 추가 자금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 김광수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향후 추가적인 투자를 배제한다면 영업현금흐름을 통해 점진적인 차입금 감축이 가능하겠지만 그룹 캐시카우 지위를 감안하면 투자부담이 재차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상장이후 배당을 하지 않았던 NS쇼핑이 그룹 정책에 따라 계획에 없던 금고 문을 열면서 지배구조 리스크에 노출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홈쇼핑사업과 개연성이 없는 비관련 사업다각화로 회사 자원이 그룹사를 위해 활용되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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