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코스피가 시원스럽게 올랐다. 달러 강세 기조가 다소 완화된데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만큼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지수의 폭발적인 상승으로 이어졌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 매수’에 나서면서 총 5000억원이 넘는 물량을 사들였으며,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나란히 연중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17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2.58포인트(2.14%) 오른 2029.91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연중 최고치로, 지수가 2020선을 넘어선 것은 종가 기준 지난해 9월30일(2020.09) 이후 약 6개월여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증시를 짓누르던 달러 강세 우려가 완화됐고, 현지시간 17~18일로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인내심’이라는 문구가 삭제되더라도 기준금리 인상이 빠르게 단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지수는 급등세를 보였다.
특히 다소 누그러진 달러 강세 기조는 이날 지수 상승의 일등공신으로 꼽히고 있다.
16일(현지시간) ICE달러인덱스는 전일 대비 0.73% 하락한 99.587을 기록했다. 지난주 100을 넘어서면서 달러 강세 우려를 키웠던데서 다소 완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전날 장중 1136원 위로 치솟기도 했던 원·달러 환율도 진정세를 보였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6원 하락한 1128.9원에 거래를 마쳤다.
FOMC를 하루 앞두고 기준금리 조기 인상에 대한 우려가 희석된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시장은 이번 FOMC 회의 후 성명서에서 ‘인내심’이라는 문구는 확실히 삭제될 것으로 보이지만 예상처럼 6월 금리 인상이 단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FOMC에서 인내심이라는 문구가 빠지더라도 지난 2004년과는 달리 천천히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면서 “그동안 워낙 가팔랐던 달러 강세 속도가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으면서 지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번달부터 시작된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를 중심으로 한 넘치는 유동성 역시 지수를 끌어올려준 것으로 풀이된다.
각종 호재는 외국인의 폭발적 매수세로 이어졌다. 외국은은 무려 5033억원을 사들이면서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14거래일만에 ‘사자’를 기록한 기관은 934억을 사들였다. 개인만이 5960억원을 팔아치웠다.
프로그램은 차익과 비차익을 합해 총 2663억원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대형주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삼성전자(005930)는 지난 2013년 12월2일(150만3000원) 이후 1년4개월만에 장중 150만원대를 터치했으며, 결국 1.84% 뛴 149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차(005380)는 3.7% 급등한 18만2000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12월10일 이후 약 3개월여만에 종가 기준 18만원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유가증권 시장에서 대형주는 무려 2.34상승하면서 중형주(1.06%)와 소형주(0.56%) 상승률을 웃돌았다.
업종별로는 종이목재(0.56%)와 의료정밀(0.25%)을 제외한 모든 업종이 상승했다. 특히 코스피가 강세를 보인데다 금리인하 최대 수혜주로 거론되면서 증권주는 5.99% 급등세를 탔다. 역시 금리인하 수혜주로 꼽히는 건설업도 4.69% 강세를 보였으며, 은행과 금융업도 각각 3.73%, 2.96% 각각 상승했다.
이밖에 섬유의복(4.58%), 운수장비(3.13%), 화학(2.66%), 제조업(2.11%), 비금속광물(2.04%) 등도 강세를 보였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대부분 올랐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비롯해 SK하이닉스(000660), 한국전력(015760), 현대모비스(012330), NAVER(035420), 제일모직(028260) 삼성SDS(018260), 신한지주(055550), 삼성생명(032830), 기아차(000270), 아모레퍼시픽(090430) 등 수출주와 내수주가 고르게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2.76% 급등한 312만3000원을 기록하면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다시 한번 갈아치웠다.
반면 검찰 수사 확대 영향이 지속되고 있는 포스코(005490)는 이날도 0.97% 하락했고, SK텔레콤(017670)도 0.18% 빠졌다.
이날 거래량은 3억5301만4000주, 거래대금은 5조3316억7700만원으로 집계됐다. 상한가 7개 종목을 포함해 524개 종목이 올랐다. 68개 종목은 보합에 머물렀다. 하한가 종목은 없었고, 277개 종목이 내렸다.
▶ 관련기사 ◀
☞코스피, 외국인 매수 확대에 급등…6개월만에 2020선 회복
☞[특징주]삼성전자, 9개월 만에 신고가 경신…외국인 '사자'
☞[이슈n뉴스]'실적이 최고'‥높아진 1분기 실적 신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