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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의 사람들은 입을 닫았다. 식당들은 주말 동안 쉬었다. 술집도 노래방도 마찬가지다. 단원고 근처 분식집은 주말 내 문을 닫았다. 분식집 주인은 실종된 학생들이 여행 전날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장난을 치던 모습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안산시 중앙역 번화가에서 일한다는 이모(28)씨는 “어지간한 안산시민이라면 다 건너 건너 연관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번화가인데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며 “전체적으로 예민하고 조용한 분위기다. 상점에서는 요즘 음악도 틀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웃 주민 두 명이 사고에 연관됐다는 최모(66)씨는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라며 “안산 시민들은 지금 말도 못하고 침통해 하고 있다. 길을 오고 가며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한숨을 쉬었다.
안산 주민들의 분노는 무능력, 무책임한 대처로 화를 키운 정부로 향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50대 여성은 “자식 같은 아이들이 물에 수장됐다”며 “(관료들은) 자기 안위만 중요하고 아이들 목숨에는 큰 관심이 없다. 가식적이고 보여주기에만 급급하다”며 울음을 터트렸다.
조카가 실종됐다는 한 택시기사는 “학벌만 중시하는 사회가 아닌 인성과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가 되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이런 일이 일어난 것 같다”며 “우리 기성세대의 잘못”이라고 한탄했다.
분노는 상실감으로 이어졌다. 지방도시라는, 산업화과정에서 조성된 신도시라는 이유로 소외받고 무시당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안산에서 30년동안 살았다는 한 중년 남성은 “요즘 안산 사람들의 분위기가 ‘여기가 강남이거나 애들이 외고 학생이었다면 정부가 이런 식으로 했겠냐’는 분위기다”라고 분개했다.
대학생 황 모(22)씨는 “솔직히 학교 친구들끼리 ‘거기 탄 사람 중에 국회의원이나 장관이 있었더라면 이렇게까지 했을까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전했다.
한 초등학교 교사도 “여기 사는 부모님은 큰 목소리를 내실 줄도 모르고 그럴 힘을 가진 사람들이 없다”며 “현장학습 비용도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많아. 이번에 단원고 학생과 부모님도 큰 마음을 먹고 보냈을 텐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세월호 참사 6일째, ‘안산(安山)’은 더이상 편안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