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에 비해 영업력이 딸려 공공분양 참여율이 높았던 게 사실인데, 최근 사태처럼 브랜드 이미지 실추나 공정위, 수사기관 등의 조사 리스크가 높아지면 공공분양을 하더라도 보류를 선택하는 사업장이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국내 중형 건설사 관계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철근 누락 무량판 아파트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고 공공분양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윤석열 정부의 공약인 ‘공공분양주택 50만호 공급계획’에 적신호가 커졌다. 특히 이미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부담을 느낀 건설사들의 입찰 참여가 저조했던 상황에서 철근 누락 사태까지 터지자 건설사들이 입찰 참여에 더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는 결국 공공주택 건설에 대한 참여율 하락과 주택 품질 저하 등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정부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 이데일리가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의뢰해 받은 전국 아파트 사업형태별 분양 및 분양예정 물량을 분석한 결과 이날 기준으로 올해 공공분양 물량(예정 포함)은 1만7756가구다. 전년도 4만6467가구에 비해 약 3만 가구 가량 적은 수치다. 반면 이날 기준 올해 민간분양은 물량은 26만8597가구로 전년도 26만 9280가구에 육박한다. 고금리발 부동산 침체로 미분양이 늘면서 분양 일정을 연기한 곳들이 다수인 점을 감안 하면 민간분양 수는 선방했다는 게 중론이다.
문제는 공공분양 물량의 급감이다. 이미 건설 업계에서는 공공분양에 대한 입찰 선호도가 낮아 몇 해 전부터 공공분양 물량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이 단가 안 맞는 LH 사업을 왜 하겠나. 특히 공공분양을 하면 자체적으로 높여놓은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단 인식 때문에 원래 참여가 저조하다”며 “이번 LH에서 발표한 15개 철근 누락 아파트 단지만 보더라도 모두 중소, 중견 건설사들이 시공한 곳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10월 ‘공공분양 주택 50만호 공급 계획’을 발표하면서 올해 수도권 5만2000가구 등 총 7만6000가구를 인허가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당장 올해 상반기 인허가된 건수만 봐도 5257건으로 목표치의 10%도 못 미치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LH 아파트의 철근 누락 사태는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대형 혹은 브랜드가 있는 중형 건설사들이 공공분양 참여를 꺼리는 상황은 결국 수요자들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란 지적이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공공분양은 안 그래도 원자잿값 상승으로 단가가 안 맞는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제는 LH 아파트를 짓는 것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져갈 수도 없어 실질적인 실익이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며 “그나마 중소, 중견 건설사들은 공공분양 입찰을 하고 싶어할 여지는 있지만, 중소건설사가 아파트를 지었다고 하면 수요자들에게 신뢰나 선호도가 떨어질 수 있어 한계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정부는 주택 공급목표 달성은 크게 문제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구 지정 단계 이후 계획 수립하고 이를 인허가에 반영하기 때문에 현재 상황대로 진행되면 목표 달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