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아들 다리 칼로 베자, 붙잡아"…보험금에 눈 먼 '엽기 부모'

이선영 기자I 2021.11.24 16:00:42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자녀의 생살을 흉기로 베는 등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부부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총 30여개가 넘는 보험 상품에 가입한 뒤 자신들과 자녀들을 피보험자로 뒀다.

24일 전주지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강동원)는 특수상해, 보험사기특별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41·남)와 B씨(40·여)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6년과 징역 4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1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3년간의 아동관련기관 취업제한을 명했다.

지난 2014년 혼인신고를 한 A씨와 B씨에게는 7명의 자녀가 있었다. B씨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 C군 등 3명과 A씨와 결혼한 뒤 낳은 자녀 4명이다.

일정한 직업이 없고 과도한 채무 등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시달리던 이들 부부는 보험금 사기를 계획했다. 여러 개 보험에 가입한 후 자해를 하거나 상해를 가해 보험금을 편취하려 한 것.

이들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자신들과 자녀들을 피보험자로 두고 30개가 넘는 보험에 가입했다.

기사 내용과 관련없는 사진. (사진=이미지투데이)
보험 가입 후 2년 뒤인 2018년 6월 A씨는 자신의 왼쪽 팔에 화상을 입힌 후 치료를 받았다. 이후 A씨는 “아이들에게 튀김을 해주려고 달구어진 프라이팬을 사용하다가 왼쪽 팔에 화상을 입게 됐다”는 취지로 보험금을 청구했다.

이 같은 수법으로 A씨는 총 61회에 걸쳐 6733만원의 보험금을 지급 받았다.

A씨 부부의 보험금 사기는 자녀들에게까지 손을 뻗쳤다. 지난 2019년 11월 B씨는 C군(당시 16세)에게 “잘못한 게 있으니 학교에 가지 말라”고 말하며 C군을 집에 남아있게 했다. 이후 B씨가 C군의 팔을 붙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한 상태에서 남편 A씨가 흉기로 C군의 정강이를 그었다.

또 A씨 등은 “C군이 쓰레기장에서 쓰레기를 버리고 분리수거를 하려다 깨진 병을 발견하지 못하고 다쳤다”며 보험금을 청구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 해 7월까지 총 8차례 C군에게 상해를 가해 보험금을 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수법으로 타낸 보험금은 총 1139만원으로 확인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금전적 이익을 얻기 위해 미성년 자녀에게 위험한 물건으로 상해를 가해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를 가했다”며 “또 피해자를 거짓말쟁이로 모는 등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A씨에게 징역 6년을, B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들과 검찰은 양형부당 등의 이유로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보험금을 편취하기 위해 자녀에게 상해를 가한 점 등은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이런 엽기적인 행위로 보험금을 편취한 방법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원심에서 선고한 형이 파기돼야 할 정도로 너무 낮거나 높지 않다고 보인다”며 “다만 법리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어 파기하고 형을 다시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