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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는 28일 ‘온라인 마권 발매제 도입의 쟁점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최근 코로나19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비대면 서비스 도입이 확산되는 추세를 고려할 때 말산업계의 온라인 마권 발매제 도입 요구는 당연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국내 경마는 코로나19 여파로 2월 23일 이후 일반관중 경마가 중단된 상태다.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경마 중단에 따른 매출 손실액은 3월에만 8000억원 가량이고 경마 중단이 지속될 경우 피해 규모는 지속 증가할 전망이다. 경마업계에서는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온라인 마권 발매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온라인 마권 발매와 관련한 3건의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유제범 입법처 경제산업조사실 산업자원팀 입법조사관은 “지난해 총매출액 기준 약 7조4000억원의 경마산업 규모를 고려하면 매출 감소와 일자리 등 피해 규모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국내 말산업에서 경마부문의 비중이 약 80%임을 고려할 때 경마 중단으로 말산업이 입는 피해도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경마 중단에 따른 농어촌 재정 수입 차질도 우려 사항이다. 올해 기준 마사회가 축산발전기금에 납입하는 경마 수익금은 약 1800억원으로 전체 15.6%를 차지한다. 경마매출액 중 16%는 레저세·지방교육세·농어촌특별세로 납부되고 마사회는 농어촌사회복지증진사업 등도 실시하고 있다.
온라인 마권 발매는 사회 문제로 지목되는 불법 사설경마와 장외 발매소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다는 측면도 고려해야 하나는 판단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불법도박 시장 매출 규모는 약 82조원이며 이중 불법 경마 매출은 6조90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합법 경마 매출액의 93% 수준이다. 불법 경마에 따른 조세 포탈 규모는 2016년 기준 2조2000억원 가량이다.
유 조사관은 “온라인 불법 경마 비중이 높은 이유는 현재 경마장·장외발매소의 오프라인 구매 제도의 불편한 접근성이 주원인”이라며 “프랑스·영국·일본·싱가포르·미국·캐나다 등은 불법 경마를 포함한 불법 온라인 도박 문제 해결 방안의 하나로 합법 온라인 베팅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합법적인 사행산업을 온라인에 적용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불법 도박 시장 규모를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전국 30개소인 장외발매소가 사행심 조장과 도박 중독 야기, 교통 체증 등 혐오시설로 인식되는 것도 온라인 마권 발매제 도입이 필요한 이유로 꼽았다.
유 조사관은 “온라인 마권 발매 비중이 1998년 27%에서 2018년 68.8%로 높아진 일본 사례를 볼 때 온라인 마권 발매로 장외발매소의 경마 수요 대부분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로는 장외발매소를 단계적으로 축소해 다양한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물론 온라인 마권 발매제의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사감위는 해당 제도와 관련해 청소년 등 이용자 식별이 어렵고 구매상한제 등 건전화 정책을 담보하기 어려우며 불법 도박 사이트에 경주 영상 유출 등의 문제를 근거로 반대 입장이다.
경마 중독 유병률은 2018년 기준 26.8%로 경륜(41.8%)보단 낮지만 카지노(5%), 경정(24.8%), 복권(6.9%), 체육진흥투표권(14.6%)보다 높은 것도 문제점이다. 유 조사관은 “경마 이용이 용이해지면 도박 중독의 사회적 문제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대응해 비대면 경마 서비스 구축의 논의는 필요하지만 도박 중독 확산이나 사행성 조장 같은 사회적 문제를 감안할 때 국민적 동의를 받기는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에 강력한 부작용 방지 기술과 말 산업 자체 육성 노력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유 조사관은 “제도 도입에 앞서 정보통신(IT) 기술을 이용한 명의 도용·과몰입·불법 발매 방지 기술을 개발하는 등 신뢰할만한 시스템 구축이 요구된다”며 “경마산업 중심의 말산업에서 탈피해 승마, 재활승마, 말체험 등으로 다각화하는 정부와 업계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