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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면 도청에 남았을까”…5·18 40주년, 전남도청 앞에 선 文대통령

김정현 기자I 2020.05.18 15:33:34

文대통령, 제40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
옛 전남도청 앞에서 처음 열려…‘이념 극복’ 메시지
5·18 단체장이 하던 경과보고도 미래세대가 낭독
‘제창’ 갈등 없어…주호영도 손흔들며 ‘제창’

18일 광주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이 열리고 있다.(사진 위) 아래 사진은 1980년 5월 항쟁 당시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열렸던 민주성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현 김겨레 기자] “나라면 그날 도청에 남을 수 있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제40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던진 이 질문은 이제는 이념적 논쟁과 트라우마를 극복하자는 핵심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더 이상 5·18을 이념적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 말고, 당시 광주시민들의 상황을 같은 인간으로서 이해하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18일 광주광역시 5·18민주광장(옛 전남도청)에서 개최된 기념식에 참석했다.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과, 지난해에 이어 세 번째 참석이다. 주목할 것은 장소다. 옛 전남도청에서 기념식이 치러진 것은 지난 1997년 기념일이 법정(정부주관)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간 기념식은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진행됐다. 옛 전남도청을 40주년 기념식 장소로 선정한 것은 그 상징성 때문이다. 옛 전남도청은 1980년 5월 당시 신군부에 맞선 시민군의 항쟁본부이자, 마지막 항쟁지다. “나라면 그날 도청에 남았을지”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장소다.

이날 기념식 주제가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로 결정된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이 주제는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 일부인데, 5·18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5·18정신을 미래 세대에 계승하자는 의미다.

매해 5·18 주요 단체장들이 순서대로 한 명씩 대표자로 나서 발표했던 경과보고도 이날은 5·18 유공자와 유족의 자녀들이 대신했다. 5·18의 역사와 정신을 계승하는 미래세대 주역으로 선정된 조선대 사회복지학과 2학년 김륜이씨와 조선대 신문방송학과 1학년 차경태씨다. 가수 김필이 노래한 김광진의 ‘편지’ 역시, 5·18의 아픔이 광주만의 슬픔이 아닌 사랑하는 이를 잃은 인간의 보편적 슬픔이자 비극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설명이다.

제창 여부를 두고 빚었던 갈등도 이번엔 없었다. 여야 지도부가 이날 광주에 총출동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미래통합당을 대표해 참석한 주호영 원내대표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불렀다. 자리에서 일어나 주먹 쥔 오른손을 위아래로 흔들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당내 인사들의 5·18 망언에 대해 사과하며 “5·18을 기리는 국민 보통의 시선과 마음가짐에 눈높이를 맞추겠다”고도 했다.

한편 5·18 기념식은 김영삼 정부 시절이던 1997년 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 처음 기념식을 찾았다. 광주를 가장 열심히 찾은 것은 임기 5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첫 해만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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