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국내 증시에서 바이오 주식에 대한 거품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미약품이 지난 9월 베링거인겔하임과 항암신약 ‘올무티닙’ 기술수출 계약을 해지한 뒤로 신약 개발업체에 대한 주가 할증(프리미엄) 요인이 사라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신약 개발업체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미국 증시에서 신약업체가 우대받는 분위기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투자심리가 약할 땐 성장성을 바탕으로 고평가 받는 주식에 대해선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케어젠(214370)은 최근 나흘 동안 35.1% 급락했다. 1조원을 웃돌던 시가총액은 664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11월 상장한 케어젠은 세포의 성장과 증식·분화를 촉진하는 단백질 합성물 ‘펩타이드’를 기반으로 피부미용 제품과 탈모·두피 관리 제품을 개발·생산하는 업체다. 상장한 뒤로 성장성을 인정받아 주가는 지난 7월8일 14만8100원까지 상승했다. 증권가의 호평도 이어졌다.
하지만 지난 3분기 달성한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 125억원과 차이가 큰 22억원에 불과했다. 이지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세계 최초로 개발해 기대가 컸던 헤어필러의 매출 증가 속도가 빠르지 않다”며 “제약주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좋지 않고 실적 개선 동력도 약화돼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기술력도 갖추고 실적 성장도 기대했던 케어젠이 부진하면서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상위권을 차지한 바이오주에 대한 기대치도 낮아졌다.
이날 메디톡스(086900)는 8% 가까이 하락했고 코오롱생명과학(102940) 에스티팜(237690) 에이치엘비(028300) 등도 시장 대비 큰 폭으로 내렸다. 이틀 동안 기관 투자가는 바이오 주식을 주로 내다 팔았고 외국인도 케어젠 메디톡스 주식을 가장 많이 처분했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코스닥 시장 주도주 역할을 했던 바이오 주식이 힘을 못쓰면서 코스닥 지수도 6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전반적으로 투자심리가 약해지고 있어 고평가 주식에 대한 비중 축소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바이오 업종 전반에 분위기 전환을 줄 만한 긍정적인 이벤트가 없다는 점을 경계 요인으로 꼽았다. 김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한미약품 등 시가총액이 큰 종목을 둘러싼 고평가 논란과 실적 전망치 하향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대형주 주가가 부진할 가능성이 있어 업종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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