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훈풍에 금융시장 환호…실물경제는 '미지수'(종합)

김정남 기자I 2016.03.17 17:33:09

미국 FOMC서 통화 완화적 비둘기파 더 득세
금융시장은 반색…주가 오르고 채권도 강세
수출 등 실물경제도 반등할지는 아직 미지수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약일까, 아니면 독일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성향을 한껏 드러내면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당장 금융시장은 환호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경계감이 완화하면서, 코스피는 연중 최고점을 찍었고 채권도 강세를 보였다. 미국이 긴축 모드를 늦추면 전세계 신흥국은 경기 회복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 우리 수출에도 긍정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물경제 측면에서 딱히 득이 될 게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이 약해진 것 자체가 세계경제의 불안감을 대변한다는 뜻이어서다. 아직 미국 경제의 완전한 회복세를 장담하지 못하는 전문가들도 더러 있다.

◇금융시장은 반색…주가 오르고 채권도 강세

1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권 3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2.7bp(=0.01%포인트) 내린 1.515%에 거래를 마쳤다. 채권금리가 하락하는 건 채권가격이 상승한다는 뜻이다. 국고채권 10년물 금리는 5.0bp 내린 1.862%를 기록했다. 초장기물인 국고채권 20년물과 30년물은 각각 4.1bp씩 내렸다.

채권금리가 내린 건 미국의 영향이 크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비둘기파적 언급에 미국 금리가 하락했고, 글로벌 시장도 함께 움직인 것이다. 10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6.44bp(1bp=0.01%포인트) 하락한 1.9065%를 기록했다.

국채선물도 강세였다. 3년 국채선물(KTBF)은 전거래일보다 11틱(tick) 오른 110.13에 거래됐다. 10년 국채선물(LKTBF)은 10틱 상승한 128.46을 나타냈다. 틱은 선물계약의 매입과 매도 주문시 내는 호가단위를 뜻한다. 틱이 상승하는 것은 그만큼 선물 가격이 오르고 강세를 나타낸다는 의미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그동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빨라질 수 있다는 경계감이 있었지만 상당부분 완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연준이 중국 일본 유럽 등과 함께 완화적 기조를 보이면서 금융시장은 반색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연준이 금리 인하에 베팅했던 시장을 따라왔다는 자신감도 일각에서 엿보인다. 나중혁 현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배려를 강화한 시장 친화적 이벤트였다”고 평가했다. 공동락 코리아에셋투자증권 매크로분석실장도 “연준이 시장 친화적이라는 이미지를 재확인했다”고 했다.

주식시장도 훈풍이 불었다.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13.09포인트(0.66%) 오른 1987.99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1980선을 넘은 건 지난해 12월 24일 이후 3개월 만이다. 장중에는 20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항셍지수도 1% 이상 오르는 등 아시아 증시 대부분 상승세를 보였다.

◇수출 등 실물경제도 반등할지는 아직 미지수

문제는 경제의 기초체력인 실물경제다. 이같은 금융시장의 환호성이 실물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당장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더디게 한다면 신흥국들은 나쁠 게 없겠지만, 그렇다고 수출이 확 살아날지는 의문을 표하는 인사가 적지 않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를 ‘나쁘지 않은 소식’으로 해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세계경제가 불안하기 때문에 금리 인상을 늦추는 측면이 있지만 그래도 속도를 자제하는 건 희소식”이라면서 “신흥국의 수출도 다소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라면서도 “그 이유는 세계경제에 대한 확신이 없고 버텨주는 힘이 빠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완화적 통화정책이 세계경제 하락을 대변하는 것이어서 우리 수출도 당분간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관세청에 따르면 이번달 1~10일 통관기준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7.8% 줄었다. 지난 두 달(-15.7%) 같은 두자릿수 마이너스(-) 감소 정도는 아니지만 여전히 부진에 허덕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경제에 대해서도 “좋은 지표와 좋지 않은 지표가 반복되고 있다”면서 “꾸준한 회복세를 장담하긴 아직 이르다”고 했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을 안 하면 시장은 당연히 안도할 것”이라면서도 “왜 하지 않는지 그 근원을 살펴보면 결국 경제가 좋지 않다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 연구위원은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지는 의문”이라고도 했다.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옐런 의장의 언급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면서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반기겠지만 경제 전체로 보면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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