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화재 현장에서 만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악수와 포옹을 나눴다.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향해 90도 폴더 인사를 했고,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의 어깨를 툭툭 치며 격려했다. 21일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이에 갈등설이 불거진 이후 이틀 만에 첫 대면이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함께 소방 브리핑을 청취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특별재난지역선포 요청에 “특별재난지역선포 가능 여부를 즉시 검토하고 혹시 어려울 경우에도 이에 준해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위원장은 이후 윤 대통령과 함께 전용 열차로 서울까지 이동했다. 한 위원장은 갈등이 봉합된 것이냐고 묻는 질문에 “대통령님에 대해서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가지고 있고, 그에 대한 변함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이어 “민생을 챙기고 국민과 이 나라를 잘 되게 하겠다는 생각 하나로 여기까지 온 것”이라면서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닌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여러 민생 지원에 관한 얘길 주고 받고 길게 나눴다”며 “결국 정치는 민생 아니겠나. 그런 점에서 민생에 관한 여러 가지 지원책 등에 건설적 말씀을 (윤 대통령이) 많이 했고 제가 잘 들었다”고 전했다.
◇“지금 분열하면 공멸…갈등 봉합은 예견된 수순”
여권 내에서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 봉합은 예견된 수순이란 분위기다. 여당 내 한 초선 의원은 “당정 갈등이 확전이 안되면 그건 봉합으로 가는 것”이라면서 “비대위원장이 또 바뀌면 선거는 치를 수 없다”고 말했다.
친윤(親尹) 의원들도 더 이상 한 위원장에 대한 사퇴 등의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 지난 21일 여당 국회의원 단체대화방에 한 위원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지가 철회됐다는 내용의 글을 공유했던 이용 의원도 더 이상 한 위원장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한 위원장의 공천 관련 행보의 위험성을 지적하던 이용 의원도 더 이상 특별한 메시지를 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김건희 여사 리스크 대응 등 불씨도 여전하다. 수도권 지역에 출마한 의원들은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이 ‘몰카 공작’에 의한 사실을 주지하면서도 국민들에게 직접 설명할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여권의 한 의원은 “한 위원장이 강조한 대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적절하고 근본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한 위원장 역시 하루 전인 22일까지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대해 묻는 질문에 “제 입장은 처음부터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 위원장의 ‘사천(私薦)’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데 발단이 된 김경율 비대위원의 사퇴 등 후속 조치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너무 거칠게 비유한 것은 잘못했다”며 “어차피 곧 공천에 도전하게 되면 현장을 누벼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비대위원직을) 홀가분하게 내려놓고 뛰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양측 모두 말뿐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단 시각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양쪽이 갈등을 더 이상 확대하지 않겠단 필요에 의해 만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다만 갈등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한 위원장이 김경율 비대위원을 해촉하는 대신 출마시키고, 윤 대통령도 김건희 여사 리스크와 관련한 해법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