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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은 오는 15일까지 한반도에 장마전선 정체로 수도권 등 전국 곳곳에 시간당 40~80㎜, 사흘간 최대 강수량 400㎜ 이상의 강한 비를 예보한 상태다. 이런 날이면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공동주택 단지 관리사무소 근로자들도 각 가정에서 배출하는 폐기물 수집 처리에 애를 먹곤 한다. 상시 실내 분리수거장이 마련된 일부 신축 단지를 제외하면, 대부분 주 1~2회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맞춰 단지 내 한쪽에 분리수거를 위한 실외 공간을 마련한다. 많은 비가 내릴 땐 비닐 가림막을 덮어두기도 하지만, 노상에 쌓여 있는 각종 폐지류와 플라스틱·캔 수거함이 빗물에 젖는 걸 막기는 역부족이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70대 양모씨는 분리수거날 비가 많이 내리면 우산 대신 우비와 장화를 착용하고 빗속에서 각 가정의 폐기물 분리배출을 돕는다. 양씨는 “우비를 입고 장화를 신어도 오후부터 늦은 밤까지 분리수거 관리를 하다보면 온몸이 비에 다 젖어 다음날 으슬으슬 몸살 기운이 올라오곤 한다”면서 “중간중간 수거함과 비닐 포대에 차오르는 빗물도 빼내야 하고, 물 먹은 폐지 박스들 부피를 줄이기 위해 밟다가 옆구리가 터져 애를 먹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폭우와 폭설 등 재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보다 안전한 분리수거 환경을 위한 사회 구성원간 합의와 양보가 필요하단 목소리도 따른다. 박형준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동주택 입주자회나 업체 차원에서 폭우와 강풍 등으로 안전한 분리수거가 어려운 날에는 주민들의 폐기물 배출 자제를 권하거나 일정을 조정하는 등 지역 주민 자치 차원의 ‘운영의 묘’를 살릴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일률적인 행정 지침 적용은 개별 주거지마다 상황이 제각각인 만큼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