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사와 조선사들은 최근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에 돌입했다. 조선용 후판은 선박에 사용되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두 차례 가격 협상을 진행한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6개월에 가까운 협상 끝에 상반기보다 톤(t)당 10만원 내린 110만원선으로 협상을 마무리했다. 후판은 조선사 선박 원가의 20%가량을, 철강사 제조 물량의 20% 비중을 차지한다. 그만큼 가격 협상은 두 업계 모두에 민감한 사안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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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철광석 가격은 최근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과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 주요 공급처인 남반구 기상 악화가 겹쳐 120달러대까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철광석 가격이 2분기 이후 안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사들은 원료 가격 상승으로 생산원가가 높아지면서 후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사는 지난해 영업익이 전년 대비 각각 46.7%, 33.9% 감소하며 수익 크게 악화한 상태다.
부진은 연초에도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바로 반영하기 어려운 탓이다. 실제 포스코(005490)와 현대제철(004020)의 유통향 열연(SS275) 가격은 지난해 12월 초에 t당 110만원에서 105만원으로 5만원 인하해 책정된 이후 이달 10일까지 꼼짝없이 유지되고 있다.
조선사들은 수년간 쌓여온 적자에 원가 상승이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HD현대(267250)의 조선업종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009540)은 지난해 3556억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삼성중공업도 854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는 2~3년 치 쌓인 수주 일감을 통해 본격적으로 흑자전환을 노리고 있어 후판 가격 인상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철강사와 조선사 모두 후판 가격 협상에서 물러서기 어려운 시점으로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해 하반기 협상이 12월에나 마무리된 것처럼 올해도 공방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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