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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는 13일 당 정책위원회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다주택자에게 1년 동안 유예 기간을 주고 그 안에 집을 팔면 중과 세액을 25% 이상 깎아주자는 게 전날 이 후보가 밝힌 구상이다. 그는 6개월 안에 팔면 중과를 아예 면제해주는 방안도 내놨다.
이 후보가 여당이 그간 추진해 온 다주택자 규제 드라이브에서 선회하려는 건 양도세 부담 때문에 다주택자가 물건을 못 내놓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현재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처분하면 기본세율(6~42%)에서 2주택자는 20%포인트(P), 3주택 이상 보유자는 30%P씩 양도세 세율이 중과된다. 이 후보는 “다주택자들이 종부세가 과다하게 부과돼 팔고 싶은데 양도세 중과세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입장이 조금 있는 것 같다”며 “(양도세 중과 유예는) 다주택자 매물 잠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간에 매물 쏠려...하락 전환 확률” vs. “과거 중과 유예 때도 매물 증가 적어”
다주택자 양도세 부담 경감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엇갈린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올해 다주택자들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무거워진 데다 투자 심리도 전보다 꺾였다”며 “이런 상황에서 양도세 중과가 유예되면 다주택자 매물이 풀리면서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도 “팔 생각인 분들은 4분의 1을 감면 받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6개월 안에 처분해서) 일반 과세를 받으려고 할 수밖에 없다. 단기간에 물량이 쏠리게 된다”며 “대출을 다 막아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매물이 소화가 안 된다. 매물이 소화가 안 되면 시장이 하락 전환할 확률이 커진다”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최근 보유세 부담이 강화되고 종합부동산세 고지서가 오면서 다주택자들이 주택 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도 덧붙였다.
반면 양도세 중과 유예가 시장 매물을 늘리는 데 큰 효과를 못 내리란 전망도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다주택자 양도세율을 올릴 때마다 유예 기간을 줬지만 매물이 크게 늘지 않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만 해도 6월 양도세 중과율 인상을 앞두고 정부는 집을 팔라고 압박했지만 주택 거래량은 줄고 집값만 상승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다주택자 물건처럼 세를 끼고 있는 집은 임대차보호법 때문에 1년 안에 처분하기가 쉽지 않다. 다주택자도 어차피 팔리지 않을 물건을 급매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물건은 무주택자가 당장 입주하기도 어렵다”이라며 “1년이 아니라 보다 장기간 아니면 근본적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주택자 증여 바람’에 매물 유도 효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효과를 둘러싼 또 다른 변수는 증여다. 양도세·보유세 부담이 늘어나면서 다주택자들은 증여로 대응했다. 집값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세금 폭탄’을 맞으면서 싼값에 집을 파느니 가족에게 증여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서다. 증여로 명의를 분산해 놓으면 개인당 주택 수와 가격에 따라 매기는 종부세도 아낄 수 있다. 지난해 국세청에 신고된 주택 증여는 15만2427건으로 사상 최다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10월까지 주택 11만7607채가 증여됐다.
조세당국은 ‘취득가액 이월과세(증여받은 주택을 5년 안에 팔면 증여가액이 아니라 증여자가 애초 주택을 산 취득금액을 기준으로 양도세를 매기는 제도)’를 통해 증여받은 주택을 5년 안에 파는 걸 제한하고 있다. 다주택자 규제가 만든 증여 바람 때문에 뒤늦게 다주택자 규제를 풀더라도 매물 증가 효과가 떨어지는 셈이다.
여권의 갑작스런 태세 전환이 주택 정책에 대한 불신을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인만 소장은 “지금 중과 유예를 한다면 정부 말을 듣고 지난해와 올해 중과세율을 물으며 집을 판 사람들의 불만이 터져나올 것”이라며 “(중과 유예는) 대선 후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달 초 “다주택자 양도세를 인하할 경우 다시 부동산 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으며 정책 신뢰도를 훼손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