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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중소벤처기업부는 랩허브 지역으로 인천 송도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셀트리온(068270) 등 앵커기업과 2026년 오픈하는 송도 세브란스병원와 같은 병원, 연구소 등이 집약돼 있어 산·학·연·병 협력 네트워크가 중요한 랩허브에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랩허브는 미국 보스턴 바이오 창업기관 ‘랩센트럴’의 한국모델이다. 정부가 치료제, 백신 등 신약개발 ‘바이오 스타트업’들에 입주공간, 연구개발을 위한 장비와 시설 등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 사업비 총 2500억원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연구부터 시제품 제작까지 바이오 스타트업들에 필요한 인프라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한 지역 내로 기업, 연구소, 대학, 투자자 등이 모여 시너지를 기대하는 바이오 클러스터와 다소 차이가 있다.
그러나 바이오 스타트업의 성장에는 산·학·연·병 협력 네트워크도 중요한 요소다. 한 지역 내에 제약·바이오 기업, 대학과 연구소가 밀집해 시너지를 낸다는 목적은 같다.
업계에서 랩허브에 기대 반 우려 반 시선을 보내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우리나라에는 15개 시도에 이미 25개의 바이오 클러스터가 조성돼있다. 주로 1998~2010년 정부, 지방자치단제, 민간 등이 고루 중심이 돼 만들어졌다. 인천 송도 바이오클러스터,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경기도 판교테크노밸리, 경기도 광교테크노밸리, 경기도 향남제약단지, 강원도 원주 의료기기클러스터,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 등이 대표적인 바이오 클러스터다.
아직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는 곳은 드문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 바이오 클러스터의 현황분석 및 발전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 클러스터 입주기업들은 대학·연구기관, 기존기업, 내부 네트워크 등 성공에 필요한 요건 대부분을 충분히 갖추지 못해 혁신이나 경영 성과의 양적 측면에서 클러스터 외부기업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기대되는 성과 제고 효과는 아직 창출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이오사 관계자는 “바이오 클러스터가 전국 곳곳에 조성되다보니 비효율적이다. 이번 랩허브도 결국에는 기존 바이오 클러스터와 별반 다르지 않은 형태로 운영될 수도 있다”며 “이번에는 주관부처가 달라 중복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인천시의 랩허브가 본래 취지대로 운영되면 향후 정부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인천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와 랩허브 간 시너지가 주목되면 그 동안 업계 일각에서 제기돼왔던 바이오 클러스터 통·폐합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바이오 산업이 스타트업으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어 ‘바이오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랩허브 콘셉트 자체는 좋다”며 “관건은 운영이다. 이미 조성된 클러스터와 랩허브가 연계성을 가져나갈 수 있도록 전략, 창의성 등을 기반으로 한 지원기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바이오 산업은 관이 아닌 민간 주도로 가는 모델로 안착해야 한다”며 “랩허브가 이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