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도피 의도 없다는데'..카젬사장 출금 고집하는 韓정부

이승현 기자I 2021.05.11 16:44:29

법무부, 카젬사장 출금 연장해달라 법원에 항소
미국 출장갔다 자발적 귀국·임기연장한 카젬 사장
법조계 "카젬은 폭스바겐과 달라..출금 필요한지 의문"
외국계 기업 불만 높아.."한국은 CEO 리스크 크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법무부가 법원이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의 출국정지 연장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결한 것에 대해 불복해 항소했다. 이에 따라 카젬 사장의 출국정지를 놓고 검찰·법무부와 한국지엠 간 2차 법정 공방이 벌어진다. 외국계 기업들에서는 이번 정부의 조치에 대해 ‘소탐대실’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칫하면 외국계 기업들의 한국에 대한 투자의욕을 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 (사진=뉴시스)


11일 법원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날 서울행정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23일 인천지방검찰청과 법무부가 카젬 사장에게 내린 출국정지 조치에 대해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처분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인정된다”며 출금 연장 처분을 취소했다.

카젬 사장은 지난 2019년 11월 근로자 불법파견 혐의로 수사를 받기 시작하면서 출국정지 처분을 받았다. 지난 3월 법원이 한국지엠이 낸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출금이 풀렸지만 이번에 인천지검과 법무부가 항소를 이유로 다시 출금 조치를 하면서 해외 출국이 불가능해졌다.

이와 관련해 외국계 기업들에선 한국정부의 조치가 무리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카젬 사장의 출금을 당한 혐의가 카젬 사장이 저지른 일이 아닌 한국지엠 법인에서 카젬 사장 부임 전에 일어난 일에 대한 것인데 너무 과도하게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다. 카젬 사장은 지난 2017년 한국에 부임했고 한국지엠의 불법파견은 그 이전에 있었던 일이다. 다만 불법파견이 문제가 됐을 당시 사장이 카젬이었기 때문에 그가 수사를 받고 기소가 된 상태다.

또 카젬 사장이 그동안 수사에 성실히 임해왔던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지엠에 따르면 카젬 사장은 그동안 인천지검의 수사 요구에 모두 응해왔고 심지어 출금이 잠시 풀린 지난 4월 초 미국 GM 본사로 출장을 마친 후 며칠만에 자발적으로 귀국했다. 또 카젬 사장은 당초 임기가 2020년에 끝났지만 한국사업에 대한 의욕이 강해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하는 것을 감수하고 임기연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출장이나 인사발령을 핑계로 해외로 도피할 의도가 없음을 이미 입증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과거 폭스바겐이나 벤츠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CEO들을 출금하지 않아 해외로 도피성 출국을 한 것에 대한 전례 때문에 카젬 사장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 입장에서는 폭스바겐이나 벤츠 사태처럼 출국금지를 안 했다가 도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카젬 사장에 대한 출금을 두고 고민을 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한국지엠의 경우는 폭스바겐과 달리 사업장도 한국에 있고, 카젬 사장이 얼마 전에 미국에 갔다가 다시 복귀하기도 했는데 굳이 출국금지를 했어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외국계 기업들에서는 또 다시 한국이 기업하기 힘든 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최근 열린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암참)의 회의에 참석한 한 기업 CEO는 “한국은 사업하는데 CEO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얘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국계 기업 관계자는 “이번 한국정부의 카젬 사장에 대한 재출금과 항소로 인해 외국계 기업들 사이에서 불만이 크다”며 “외국기업들이 한국시장을 투자 대상에서 배제시킬까 우려스럽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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