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원 17명 성폭력 혐의' 이윤택 구속 23일 판가름

김성훈 기자I 2018.03.22 15:56:03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서 구속 심사
경찰, 2010년 4월 이후 혐의 24건 적용
성폭행 혐의 등은 구속영장서 제외
피해자 변호인단 "회유 이어져…구속해야"

극단 단원에게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가한 의혹을 받는 연극연출가 이윤택 씨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극단 여성 단원들에게 성폭력을 가한 혐의를 받는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에 대한 구속 여부가 내일 판가름난다.

서울중앙지법은 23일 오전 10시 30분 이 전 감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고 22일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범죄특별수사대는 지난 21일 상습강제추행 등 혐의로 이 전 감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상습성이 인정돼 중죄에 해당하고 외국 여행이 잦은 분이라 도주 우려가 있는데다 피해자를 회유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도 있다”며 영장 신청 이유를 설명했다.

이 전 감독은 1999년부터 2016년 6월까지 극단원 17명을 상대로 성추행·성폭행 등을 상습적으로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당초 16명의 피해자가 이씨를 고소하면서 수사가 진행되다가 최근 1명이 이씨를 추가로 고소했다.

앞서 지난 17~18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이 전 감독은 “피해자들의 진술 내용을 중심으로 답했다”며 “다시 한번 피해자들에게 사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사 내용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은 최대한 사실대로 말했다”고 답했다.

이 전 감독의 혐의 상당수는 형법상 성폭력 친고죄 폐지 전인 2013년 6월 이전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2010년 신설한 상습죄 조항을 적용해 2013년 이전 범행도 처벌할 수 있는지를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상습죄 조항이 생긴 2010년 4월 이후 발생한 혐의 24건에 해당 조항을 적용했다. 경찰은 그러나 성추행이 아닌 성폭행은 상습죄 조항 신설(2010년 4월) 이전 발생한 것까지만 확인돼 구속영장에서 제외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상 직접적으로 처벌 가능한 행위는 고소인 8명에 대한 24건이지만 이러한 행위가 오랜 기간에 걸쳐 상습적으로 이뤄졌음을 뒷받침하기 위해 (구속영장) 신청서에 17명의 피해 사실을 모두 적시했다”고 전했다.

이윤택 사건 피해자의 공동변호인단은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배나 가까운 사람이 회유하거나 고소 취소를 종용하는 일이 이어져 피해자들이 괴로워하고 있다”며 “이 전 감독이 (구속되지 않고) 바깥에 있다면 회유가 이어질 것”이라며 이 전 감독의 구속을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경찰이 62차례 성폭력 중 24건에 대한 혐의만 적용한 데 대해 “상습범 제정 취지를 고려하면 62건을 포괄해 하나의 죄로 봐야 한다”며 “포괄일죄를 적용해 마지막 강제추행 종료시점인 2017년 1월부터 공소시효가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감독이 구속될 경우 ‘미투’(Metoo·나도 말한다) 폭로로 경찰 수사 대상이 된 이들 중 두 번째 구속 사례가 된다. 경찰은 앞서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를 받은 경남 김해지역 극단 대표 조증윤(50)씨를 구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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