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투기 수요를 잡겠다며 새 정부가 처음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나온지도 한 달이 지났지만 집값은 여전히 오름세를 이어가고 분양 열기도 식지 않고 있다. 강한 부동산 규제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던 건설사는 오히려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에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1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6·19부동산 대책 발표 후 한달(6월19~7월17일)간 코스피 건설업지수는 0.38% 올랐다. 건설사별로 보면 대우건설(047040)과 GS건설(006360)은 이 기간 동안 주가가 각각 9.0%, 8.8%나 올랐고 대림산업(000210), 현대건설(000720)도 상승했다. 최근 주가 상승폭이 컸던 현대산업(012630)과 자금난을 겪는 동부건설(005960), 두산건설(011160) 등 일부만 하락했다.
정부 규제가 부동산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건설주(株) 투자심리가 위축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6·19 대책(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선별적 맞춤형 대응방안)은 투기 수요를 억제하면서 실수요는 보호하겠다는 차별·미시적 규제다. 규제 대상인 조정지역을 확대하고 이곳에 대한 전매제한과 대출 규제를 강화한 것이 핵심 내용이다. 투기과열지구 지정이나 전면적인 대출 규제도 포함될 수도 있다는 예상보다는 다소 완화된 수준이라는 게 시장 평가였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7월 둘째주(10~14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대비 0.29% 올라 대책 발표 이후 상승폭이 다시 커졌다. 분양시장도 끄떡없는 분위기다. 대책이 발표된 같은주에만 모델하우스 20곳 가까이 문을 열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6월말 기준 민간 아파트 3.3㎡당 분양가는 약 994만원으로 전년동월대비 6.7% 올랐다. 여전히 아파트 매매·청약 수요가 꾸준하다는 의미다.
2분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에프앤가이드 조사를 보면 시장 컨센서스가 형성된 6개 건설사의 2분기 영업이익은 9107억원(6월말 기준)으로 전년동기대비 30.6%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해외 부실 프로젝트도 마무리 국면이다. 중동 지역에 주로 포진된 주요 건설사들의 대형 프로젝트들이 속속 종료됐거나 완공을 앞두고 있어 추가 손실 반영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박찬주 동부건설 연구원은 “해외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되면서 2분기 영업이익률은 전년동기대비 1.1%포인트 개선될 것”이라며 “해외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한 해외 프로젝트 수주 계약이 투자심리 개선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건설주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전히 걷힌 것은 아니다. 하반기 금리 인상 기조와 함께 가계부책 근절을 위한 추가 대책이 예정됐기 때문이다. 꾸준히 늘어나는 가계부채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크고 부동산 시장 과열 현상은 계속되고 있어 보다 강력한 규제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게 업계 추측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하반기 금리 상승 압력도 가계부책에 대한 위기감을 더 고조시킬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하반기 아파트 입주물량은 크게 늘어나 시장 상승세를 제한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 경기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해외 수주가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프로젝트 손실 축소나 국내 주택 부문 이익 확대는 이미 상반기 주가에 반영돼 향후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며 “하반기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유예 종료, 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DSR) 도입 등 규제 적용 여부나 해외 프로젝트 원가율 관리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