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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全曲 음반 낸 정경화 "손가락 회복 중…끄떡없다"

김미경 기자I 2016.10.05 14:48:54

42년 전 녹음 이래 생애 첫 전곡 레코딩
'바흐: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발매
15년 만에 정규 앨범 "기적과도 같은 일"
11월 19일 예술의전당서 전곡 하루 도전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오드메종에서 열린 새 정규앨범 ‘바흐: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 발매 기념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워너클래식).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한마디로 표현하면 행복하다 또 감사하다. 바흐 전곡 녹음은 내 오랜 숙원이었다. 꿈인지 현실인지 실감이 안 난다. 단 1초라도 바흐를 놓은 적이 없다.”

결론은 ‘바흐’였다. 세계적인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68)가 생애 처음으로 바흐의 무반주 전곡 연주 음반을 내놨다. 워너클래식을 통해 2장의 CD로 발매한 이번 신보는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로, 소나타 3곡과 파르티타 3곡 등 6곡을 담았다. 1974년 일부를 녹음한 적은 있지만 무려 42년이 지난 뒤 전곡 연주의 완성을 보게 됐다. 15년 만에 발표하는 새 정규앨범이기도 하다.

정경화는 5일 새 앨범 발매와 맞춰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오드메종에서 기자들과 만나 “20대 때 일부 곡을 레코딩한 뒤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생각했다. 결국 오늘에서야 한다. 이번 음반 작업에만 4년이 걸렀다. 기적이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녹음 중 과거 부상당했던 왼손에 통증이 와서 진통제를 계속 먹었다. 프로젝트를 끝낸 뒤에야 손가락 인대에 염증이 생긴 걸 알았다. 욕심대로 할 일이 많지만 피로하면 안 된다더라. 계속 치료하면서 회복하고 있다”며 특유의 씩씩한 목소리로 “끄떡없다”고 활짝 웃었다.

정경화는 2005년 손가락 부상으로 5년간 바이올린을 놓았다가 2010년 기적적으로 재기했다. “음반이 마음에 드느냐고 묻는다면 지금은 너무 황송하고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라며 “녹음한 뒤 한두 달이 지나서 다시 들어보니까 내가 했나 싶더라. 겸손한 마음이 크다”고도 했다.

1720년 바흐가 작곡한 이 곡은 바이올린을 위해 만들어진 역사상 가장 기념비적 작품으로 꼽힌다. 둘 이상의 현을 동시에 누르거나 화음이 복잡하게 얽혀 바이올린 하나로만 소화하려면 고도의 테크닉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총 연주시간만 2시간 20분으로 연주자의 한계를 시험하는 난제다. 기교를 익힌다고 해도 깊은 해석이 깔리지 않으면 바로 바닥을 드러낼 수 있어 장년의 연주자가 삶의 희로애락과 연륜을 몸에 새긴 뒤에야 비로소 도전하는 프로그램이다.

정경화는 콘서트로도 바흐 전곡 연주 도전에 나선다. 이번 음반발매를 기념해 다음 달 1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하루 일정으로 소화한다. 이후 내년에는 오래 기다려온 뉴욕 카네기홀 복귀 무대 외에도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의 듀오 레코딩, 브람스 콘체르토 레코딩 등 앨범작업도 예정돼 있다.

정경화는 “바흐가 가진 어마어마한 비전과 위로, 신비함은 어느 영혼도 달랠 수 있다. 바흐의 곡 안에 모두 들어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과업은 내 음악 여정에서 영원한 탐구였다”고 귀띔했다. “그냥 즐거운 게 아니라 내가 경험한 것, 바흐의 영혼 속으로 들어가 그 감정을 청중에게 전달할 때 그것만큼 흥분되고 기적 같은 일은 없다. 무대 조명이 꺼지면 탈진해 쓰러지더라도 무대에 서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고 기쁘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오드 메종에서 열린 새 앨범 ‘바흐: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 발매 기념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워너클래식).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오드 메종에서 열린 새 앨범 ‘바흐: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 발매 기념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워너클래식).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오드 메종에서 열린 새 앨범 ‘바흐: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 발매 기념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워너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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