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리코(029530)의 영문명은 ‘SINDOH’. ‘SINDO RICOH’에서 ‘RICOH’를 떼내고 ‘Human’과 ‘High-Technology’를 상징하는 ‘H’를 결합했다. 신도리코의 ‘RICOH’ 지우기는 일본 리코사와 짝을 지은지 38년만인 지난 2008년, 이렇게 시작됐다.
신도리코의 홀로서기는 현재진행형이다. 국내 사무용기기 시장의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국문명에서 ‘리코’를 떼어내지 못한채 여전히 ‘리코’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특히 독자적인 해외시장 진출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글로벌시장에서 독립브랜드 ‘신도(SINDOH)’가 뿌리내릴 때쯤 ‘3대(代) 경영시대’가 열려있을지 모른다.
◇아쉬울 게 없는 곳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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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의 중심에는 모태인 신도리코가 있다. 주력제품인 프린터와 복사기가 사무용기기의 역할을 지속하는 한 신도리코의 사업적 위험은 크지 않다. 국내 사무용기기 시장에서는 이미 일본 캐논코리아, 후지제록스와 함께 3각 체제를 구축해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꾸준히 실적을 내고 있다. 중국 청도와 아산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신도리코는 지난해 매출 7166억원을 달성했다. 글로벌 경기부진으로 사무용품 수요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서도 7.8% 신장하는 성과를 냈다. 올 상반기에는 4115억원으로 전년 실적의 절반을 뛰어 넘은 상태다.
현금 창출력과 자산도 상당하다. 감가상각비 등을 제외하고 순수 영업활동을 통해 유입되는 현금인 EBITDA의 경우 지난 2010년 534억원에서 2011년 769억원으로 큰 폭 늘어났다. 2000년 이후부터 신도리코는 현금성자산이 차입금보다 더 많은 무차입경영을 지속해오고 있다. 현금성자산은 2010년말 3783억원에서 2011년말 4422억원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불어나고 있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1.5%로 매년 10% 안팎의 경이적인 수치를 보이고 있으며, 차입금의존도는 0%다. 김봉기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무차입 경영 속에서도 연구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출도 점점 늘리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신도리코 매출의 1%
해외 수출이 매출액의 72.8%(2011년 기준)를 차지할 정도로 수출 중심의 기업으로 탈바꿈했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 일본 리코, 미국 렉스마크(LEXMARK), 영국 제록스(XEROX)로부터 수주를 받은 뒤 ODM(제조자개발생산)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일본 리코와 합작 관계가 시작된 것은 지난 1970년. 당초 50대 50으로 출발했으나 1996년 신도리코의 증시 상장을 거쳐 2007년 10월 리코의 지분율은 16%로 낮아졌다. 이를 계기로 합작 관계가 사실상 완전 해소되면서 독자적인 해외 진출의 꿈도 무르익었다.
신도리코는 마침내 지난 2008년 11월 새 CI를 발표하면서 외주 생산에 만족하지 않고, 해외 시장에서 보다 자유롭고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 하지만 4년여가 흐른 지금 신도리코가 가야할 길이 멀어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신도리코가 첫 타깃으로 삼은 곳은 중국이었다. 지난 2010년 10월 100억원을 출자, 중국판매법인 ‘신도판공설비유한공사’를 설립했다. 이어 청도를 비롯해 북경, 상해, 심천에 지사격인 분공사를 만들어 중국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해 16억원, 올 상반기 57억원 추가 출자가 이뤄져 현재까지 173억원 가량이 투자됐다.
현재 성과는 미미하다. 중국판매법인은 지난해 61억원 매출에 6억2300만원의 적자를 냈다. 올 상반기 매출은 48억원이다. 순이익은 흑자로 돌아섰으나 1억5200만원 정도다. 신도리코가 한 해 7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것에 비하면 아직은 초라한 수준이다.
최근 중국총괄판매법인 본사 ‘미디어파사드’ 완공을 계기로 마음을 다잡고 있다. 신도리코는 최근 중국 청도시 홍도 하이테크 산업개발구역안에 연면적 1만1347㎡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중국판매법인 본사를 완공하고 본격 업무에 들어갔다.
신도리코 관계자는 “중국 진출 3년째를 맞는 올해 은행이나 병원 등 기업 고객과의 신뢰가 쌓여가고 있는 만큼 대형 기업 고객을 유치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본다”며 “이번 미디어파사드 완공을 계기로 더욱 힘을 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획팀=신성우 부장·김세형 차장·임명규·민재용·하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