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는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국내 자산운용사 최고책임자(CIO)를 대상으로 IPO 설명회를 개최했다. 신 회장은 직접 연단에 서 호텔롯데 상장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통상 IPO 설명회에는 전문경영인이나 재무책임자가 나서는 점을 감안하면 신 회장이 직접 참석한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정작 이 자리에 삼성과 신영, KB, NH 등 대형 운용사 CIO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담당 본부장이 참석하거나 애널리스트가 대참하기도 했다. IPO주관사인 미래에셋과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의 계열 운용사들은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없어 제외됐고 이외에도 초청장을 받지 못한 운용사도 일부 있었다. 사실상 대형 운용사 CIO급은 거의 참석하지 않은 셈. 이날 불참한 한 운용사 CIO는 “운용사 대상으로 IPO 간담회를 하는데 굳이 CIO급 이상으로 자격을 둔 이유를 모르겠다”며 “짜여진 각본대로만 진행될 것 같아 굳이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또다른 운용사 CIO는 “어떤 기준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아예 초청받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더구나 설명회에서도 신 회장과 참석자들간에 오간 질의응답은 고작 2개 뿐이었다. 이 자리에서 신 회장은 “호텔롯데 IPO를 계기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투명성을 확보해 더 신뢰받는 기업으로 나가겠다”며 “호텔롯데가 상장되면 더이상 사기업이 아니라 공개된 기업인 만큼 개방된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호텔롯데를 어떤 방법으로 지주사로 전환할 생각인가를 묻는 질문에 신 회장은 “호텔롯데는 지주회사로 키울 생각이 없다”고 답변해 참가자들에게 혼란을 키웠다. 이 자리에 있던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호텔롯데가 한국 롯데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IPO가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시장 전망과는 다른 발언이었다“며 “참석자 대부분이 의아해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의 발언은) 중장기적으로 지주사 전환을 고려하고 있지만 현 단계에서는 추진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행사 이후에도 기관들이 수요예측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치지 않았다는 것도 설명회의 의미를 평가절하하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또다른 자산운용사 임원은 “주관사와 공동주관사를 제외하면 수요예측에 들어갈 수 있는 국내 대형 증권사가 삼성증권과 KB투자증권, NH투자증권 정도인데 주어진 물량을 소화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설명회에서 롯데그룹측은 면세점사업의 경쟁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 참석자는 “최근 면세점 탈락 등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떨어진 점을 의식한 것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다만 한 기관투자가는 “첫 설명회 상황을 가지고 수요예측을 예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해외 기관 반응이 나오면 시큰둥했던 국내 기관들도 움직일 수 있다”며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