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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을 제기한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자본시장법상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돼 법적으로 공개매수 기간 중 자기주식을 취득해 지분을 늘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고려아연이 사실상 영풍의 계열사가 아니기 때문에 특수관계가 해소돼 자사주 매입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영풍(000670)과 고려아연(010130)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웠다. 현재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각각 경영하고 있다. 영풍은 최 회장 측이 잘못된 투자 등으로 회사에 재무적 손실을 가했다며,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2조원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서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에 대응해 자사주 취득을 통해 경영권을 방어하고 있다.
이날 재판의 쟁점은 영풍과 고려아연의 특별관계인 해당 여부다. 영풍 측은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특수관계인과 공동보유자를 포괄해 특별관계자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른 계열회사 관계는 특수관계인으로 표현한다”고 주장했다. 또 공개매수 기간에 고려아연이 자사주 취득이 오로지 최 회장의 사익을 위한 경영권 방어 수단에 불과하다며 주주 이익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또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이 회사에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최윤범 개인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회사 자금으로 자사주를 취득하는 것은 (이사의) 선관의무를 위반할 뿐 아니라 시세조종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자사주 취득은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최대주주인 영풍이 고려아연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해 더이상 특수관계가 아니란 점을 피력했다. 최 회장 측은 “계열사 지배는 회사의 주요한 사항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가진다는 의미”라며 “적대적 M&A를 위해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본건 가처분을 신청한 것 자체가 지배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영풍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아연 정상화에 나서겠다고도 밝혔다. 강성두 영풍 사장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 회장이 2019년 대표이사 취임 후 전체 주주들의 이익보다 고려아연을 사유화해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즉각 입장문을 통해 영풍 사내이사도 아닌 장형진 고문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을 주도한 이유와 배임 의혹을 해명하라고 맞받아쳤다. 앞서 고려아연 측은 영풍의 고려아연 지분을 MBK 파트너스에 넘기는 것을 영풍 이사회가 의결할 당시, 대표이사가 부재한데도 장형진 고문의 지시 하에 영풍 사외이사 3인이 주주총회도 없이 결의한 이유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한편 법원은 오는 30일까지 양측의 서류를 받은 뒤 심문을 종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