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계좌 개설 후 재직증명서나 물품공급계약서 등 금융거래 목적을 증빙하는 서류가 없으면 이체 및 출금 가능금액을 제한하는 규제가 올해 안에 개선된다. 이 규제는 대포통장 근절을 위해 2012년 도입됐으나, 범죄예방 효과보다는 법적 근거 없이 국민의 금융서비스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비판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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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심판부는 ‘금융거래 한도제한 합리화’ 과제에 대한 규제심판 회의 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금융거래 목적 확인 및 한도제한 제도 관련, 대포통장 근절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국민 불편 완화 및 금융서비스 접근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하라”고 권고했다.
현재 신규 계좌를 개설하려면 급여나 사업 등 금융거래 목적을 증빙할 수 있는 서류를 금융사에 제출해야 한다. 개인이 급여 목적의 계좌 개설시에는 재직증명서나 급여명세표 등이, 법인은 물품공급계약서나 납세증명서 등이 필요하다. 서류 미제출 시에도 계좌 개설은 가능하지만, 1일 금융거래(이체·출금) 한도가 △인터넷뱅킹 30만원 △ATM 30만원 △창구거래 100만원으로 제한받는다.
이같은 금융거래 한도제한 제도는 법적 근거가 없어 국민의 금융서비스 이용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그림자 규제’라는 비판이 많았다. 특히 전업주부·청년·고령층 및 신규창업자 등 소득 증빙이 어렵거나 거래실적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금융취약계층에게 한도 해제의 문턱은 더 높았다.
거래한도 해제를 위한 증빙서류도 은행에 따라 상이해 혼란이 컸다. 증빙서류를 과도하게 요구하거나 장기간(3~12개월)의 거래실적도 추가로 요구하는 경우가 잦았고, 일부 은행은 한도 해제를 조건으로 대출·적금 가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권익위(2020년)와 감사원(2023년)에서도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작년 1월부터 올 3월까지 대통령실 국민제안 및 신문고에는 신규계좌 한도제한의 법적근거·가이드라인 마련, 증빙자료 간소화 등에 대한 요구가 50건이나 접수됐다.
손동균 국무조정실 규제총괄정책관은 “규제심판부는 국민의 금융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는 점 감안해 제도의 정량적 효과(통계)를 분석하고, 법적 근거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며 “해외사례·경제수준 등 감안해 한도 상향을 추진하되 구체적 한도 규모는 은행권 협의 후 규제심판부와 상의해 연내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외 주요국 은행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신규계좌 한도가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는 미지수다. 미국 대표 은행 중 한 곳인 B사의 신규계좌 거래한도는 온라인 당행이체시 3500달러(458만원)로 한국(30만원)의 15배 이상이다. 가까운 일본의 대표 은행 중 한 곳인 M사의 신규계좌 온라인 이체 최소금액도 100만엔(920만원)으로 한국과 30배 이상 차이가 난다.
금융권이 신규계좌 출금·이체 한도 개선에 소극적인 이유는 제재를 피하기 위함이 컸다. 금융위는 사기이용계좌 발생건수(100만원 한도제한 계좌제외) 증가 시 금융회사·임직원 징계 및 개선계획 제출 명령을 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신규계좌 한도 상향 시 해당 제재를 받을 위험성이 높아져 그간 개선을 꺼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조실 관계자는 “규제심판부에서는 규제완화 하한을 최소 100만원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 있었으나, 먼저 현장을 잘 아는 금융위·금감원과 은행권이 협의토록 했다”며 “이들의 결정한 규제개선 수준이 적정한지를 규제심판부가 다시 보고 받은 뒤 연내 최종 확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