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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현대차 합류한 '루크 동커볼케', 車디자인 미다스 손

김형욱 기자I 2015.11.04 18:32:13

람보르기니·벤틀리 총괄 거친 車디자인계 전설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이탈리아의 스포츠카 람보르기니와 영국의 벤틀리를 디자인한 자동차 디자인계의 전설이 만든 현대자동차(005380)는 어떤 모습일까.

올 6월부터 소문만 무성하던 루크 동커볼케(Luc Donkerwolke·50세) 전 벤틀리 수석 디자이너의 현대차 합류가 공식 확정됐다. 내년 상반기부터 현대디자인센터장(전무급)으로 출근한다. 현대차는 4일 서울 동대문 DDP에서 새로운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발표하며 이 소식을 알렸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직접 소개했다.

루크 동커볼케 전 벤틀리 디자인 총괄. 현대차 제공
◇아우디에서 시작해 람보르기니로 ‘명성’

동커볼케는 일반인에게는 생소하지만 자동차 디자인계에서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90년대 말 아우디에서 주목받기 시작해 2000년 전후 지금도 명차로 꼽히는 람보르기니 디아블로, 무르시엘라고, 가야르도를 잇따라 디자인하며 전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명성을 높였다.

1965년 벨기에에서 태어난 그는 브뤼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스위스 유럽아트센터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 후 25세이던 1990년 프랑스 푸조 자동차 디자이너로 입사했다. 1992년 폭스바겐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후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1998년 아우디의 소형 모델 AL2 콘셉트카로 그해 ‘올해의 유럽 디자이너’에 올랐다.

특히 98년부터 람보르기니 디자인을 맡아 디아블로 VT 6.0(2001년), 무르시엘라고(02년), 가야르도(04년)을 디자인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떨쳤다.

2012년부터는 벤틀리 디자인을 총괄하며 올 6월 퇴사 전까지 플라잉스퍼와 올 초 공개한 콘셉트카 EXP 10 스피드6의 디자인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그 밖에도 스코다의 파비아와 옥타비아, 아우디의 콘셉트카 A4 아반트와 R8 르망레이서, 세아트 트라이브(Trubu) 콘셉트와 이비자(Ibiza)도 그의 손길을 거친 작품이다.

그는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와 올해의 유럽 디자이너상 등 전 세계 유수 디자인상을 15차례 받았다.

동커볼케가 올 6월 벤틀리 디자인 총괄을 사임했을 때 업계가 놀란 것도 92년부터 24년 동안 폭스바겐그룹에 몸담으며 여러 브랜드에서 쌓아 온 명성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올 4월 타 브랜드의 콘셉트카를 비판하며 브랜드 품위를 떨어뜨렸기 때문이라는 설도 돌았다. 또 세계적인 전문지 오토모티브 유럽판은 현대차가 영입했다고 확정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엔 현대차도 부인했고 업계도 믿지 않는 분위기였다.

루크 동커볼케가 스케치한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오른쪽 하단에 ‘동커볼케’란 서명이 있다.
◇한국 직원과 협업 경험.. 올 4월 방한도

현대차는 이로써 디자인과 기술 부문에 걸쳐 전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외인부대를 완성했다. 기술 부문에선 지난해 합류한 알버트 비어만 전 BMW의 고성능 서브 브랜드 M 연구소장이 현대차 고성능차 총괄 부사장으로서 현대차의 고성능 서브 브랜드 ‘N’을 총괄한다.

여기에 디자인 부문에선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 주도로 루크 동커볼케가 새로운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밑그림을 그린다. 슈라이어 사장과 동커볼케는 같은 폭스바겐그룹 출신이다.

동커볼케는 한국과의 인연도 있다. 벤틀리 디자인센터를 총괄하면서 1년여 동안 이상엽 현 총괄 디자이너을 비롯한 한국인 디자이너와 손발을 맞췄다. 올 4월엔 이 디자이너와 함께 한국을 찾아 홍익대학교 산학협력 프로그램 ‘벤틀리의 미래 디자인’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이상엽 디자이너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고의 현역 자동차 디자이너로 발터 드 실바 폭스바겐그룹 디자인 총괄과 루크 동커볼케를 꼽기도 했다.

동커볼케는 폭스바겐그룹 내에서 최고급 모델부터 중저가형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디자인을 경험했다. 중저가 브랜드에서 고급화를 모색하는 현대차에는 매력적인 부분이다.

동커볼케가 새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뿐 아니라 현대·기아차 디자인 레벨 전체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피터 슈라이어의 임기 만료도 1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동커볼케의 ‘제네시스’는 어떤 모습일까. 업계는 새로운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에 걸맞은 변화를 추구하되 브랜드 전체적으로는 점진적 변화를 추구하리라 보고 있다.

그는 여러 브랜드를 거친 만큼 그만의 디자인이라고 할 정체성은 없다. 슈라이어 사장이 줄곧 아우디에서 일관된 디자인 철학을 보여준 것과 대조적이다. 동커볼케는 또 여러 디자인 팀을 거치며 줄곧 ‘스타 플레이어’보다는 ‘팀 워크’를 중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2009년부터 ‘플루이딕 스컬프쳐(Fluidic sculpture)’라는 디자인 철학을 내세워 패밀리 룩을 구축해 왔다. 지난해부터는 플루이딕 스컬프쳐를 적용한 2세대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동커볼케는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경험과 능력을 토대로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을 이끌 디자인을 선보이는 게 나의 꿈”이라며 “디자인을 중시하면서도 젊고 강력한 브랜드인 현대차에서 그 꿈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루크 동커볼케 전 벤틀리 디자인 총괄이 올 4월 한국을 찾아 본인이 디자인 한 차량과 기념촬영하는 모습. 벤틀리모터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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