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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짝퉁에서 '대륙의 실력'으로 우뚝선 샤오미 비결은

김대웅 기자I 2015.10.27 17:06:14

혁신 거듭하며 '카피캣' 딱지 떼고 사업 다각화 성공
신제품 출시 때마다 전세계 이목 집중
독특한 영업으로 가격거품 제거..제품개발은 '숨막힐 정도로'

레이쥔 샤오미 창업자 겸 CEO.
[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천하의 무공도 엄청난 속도의 공격은 막아낼 수 없다. 인터넷 시대에 훌륭한 병기는 바로 ‘속도’다.”

광폭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서며 전세계 주목을 받고 있는 중국 샤오미(小米)의 리더 레이쥔(雷軍·46·사진) 창업자의 말이다. 샤오미는 최근 경쟁사 제품 대비 10분의 1도 안되는 가격(30만원 중반)의 소형 전동스쿠터(세그웨이)와 80만원대인 60인치 고화질 TV 등 신제품을 공개하며 또 한번 충격을 줬다. 업계에서는 샤오미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란 평가다.

독특한 경영 방식 탓에 급기야 ‘샤오미처럼 만들고 샤오미처럼 팔아라’는 뜻의 샤오미제이션(Xiaomization·샤오미화(化))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샤오미만의 독특한 사업 전략에 주목하고 이를 추종하는 세력이 늘어 강력한 팬들이 형성되고 있는데 이는 샤오미의 든든한 후원군이 되고 있다. 기업가치가 5년 만에 200배 성장한 샤오미의 혁신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 애플 짝퉁? ‘기업가치 日소니 두 배’ 분석도

이달 초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샤오미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는 청중속에서 함성이 연이어 터져나왔다. 정보기술(IT)제품을 주로 개발해온 샤오미가 1인용 전동스쿠터 ‘나인봇 미니’를 선보이자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참가자들은 샤오미가 제시한 파격적인 가격에 또 한번 감탄사를 내뱉었다.

혁신을 향한 샤오미의 행보가 한층 빨라지면서 ‘애플 짝퉁’ 스마트폰 업체란 꼬리표는 이제 더이상 샤오미를 괴롭히지 않고 있다. 가격 파괴를 앞세운 스쿠터나 TV 뿐 아니라 여행용 캐리어와 의류까지 만들어 팔며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모습이다. 5년 전 탄생한 샤오미는 설립 3년 만에 이미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미국 애플을 제쳤고 작년에는 삼성전자마저 추월하며 1위를 차지했다. 샤오미는 아직 비상장기업이지만 기업가치가 일본 소니의 두 배가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샤오미가 선보인 30만원대의 세그웨이 ‘나인봇 미니’.
샤오미는 IT기기 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전세계가 주목하는 기업으로 떠올랐다. “스마트폰은 샤오미의 주력 제품이 아니다”란 레이쥔 샤오미 창업자 겸 CEO의 말이 입증된 셈이다. 저가 스마트폰으로 히트를 칠 때만 해도 ‘대륙의 실수’ 정도로 치부됐지만 샤오미는 ‘실수’를 거듭하며 결국 ‘대륙의 실력’으로 인정받았다.

특히 샤오미의 독특한 영업 방식은 많은 기업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샤오미의 핵심 전략은 유통과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해 고성능·초저가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온라인으로 특정시간에 한정 수량만 판매해 원가를 절감하고 입소문에 의해 인기를 높여나간다.

혁신적 행보를 거듭해 온 샤오미는 급기야 아시아 최고의 신생기업으로 인정받았다. 세계적으로는 미국 차량 공유서비스 업체 우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제는 해외로 눈을 돌리며 인도에 이어 미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 레이쥔 “고객을 미치게 하는 제품 만들어라”

샤오미의 성공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점은 40세에 회사를 창업한 레이쥔 CEO의 창업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다. 20대부터 창업에 도전한 그는 과거보다 현재 창업 환경이 만 배는 좋아졌다고 말한다.

레이쥔은 “태풍의 길목에서는 돼지도 날려 버릴 수 있다”며 시장의 큰 추세를 따라 쫓아가면 이미 절반은 성공한 것이라고 진단한다. 어떤 일을 하든 큰 흐름을 따라야 하며 샤오미는 모바일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태풍에 몸을 맡겨 성공한 업체라는 것이다.

더불어 그는 창업은 자신을 미치게 만들고 다른 사람을 숨막히게 만드는 최정상의 신념을 반영해야 한다고 믿는다. 최상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제품개발에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한다는 얘기다.

레이쥔은 “게임업체 블리자드가 디아블로2를 발표한 이후 디아블로3를 발표하기까지 1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라며 “이 12년이란 시간 동안 블리자드 작업실에서는 끊임없는 조정작업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쥔이 말하는 제품의 극치는 이런 것이다.

레이쥔은 샤오미를 창업할 때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고 술회한다. 그는 창업 당시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과 마화텅 텐센트(馬化騰) 최고경영자(CEO) 등 IT 거물들의 창업을 연구했고 특히 마윈의 창업 과정이 큰 많은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레이쥔은 알리바바를 배우면서 얻은 교훈을 3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어떤 회사든 성공하려면 시장 수요가 있어야 한다는 것, 두 번째는 믿을 만한 사람들을 찾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세번째는 업계와 비교해 자금이 풍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 평범해 보일수도 있는 대목이지만 레이쥔에게는 사업 성공을 일궈낸 금과옥조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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