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2015년 상반기 주식시장은 상승랠리를 펼쳤다. 1%대의 초저금리 시대를 맞이해 유동성이 몰려들었다. 특히 중국 관광객들이 증가로 지난해에 이어 관련주들이 급등했고, 제약 및 바이오업종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중국의 경기둔화와 일본의 엔저공세로 대형 수출주들은 상반기에도 쓴맛을 봤다.
게다가 지난 15일부터 주가 가격제한폭이 기존 ±15%에서 ±30%로 확대되면서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대형주 VS 중소형주 ‘극과 극’
전반적으로 몸집이 작은 종목의 상승 탄력이 좋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지난 26일까지 코스피지수는 1915.59에서 2090.26으로 9.1% 상승했지만, 코스닥지수는 같은 기간 38.2% 올랐다.
코스피 중에서도 대형주(1~100위) 상승률이 3.8%에 그친 것과는 달리 중형주(시가총액 순위 101~300위) 지수는 2982.91로 34.1% 급등했고, 소형주(301위 이하) 지수도 올해 들어 35.1%가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중소형주가 강세를 보인 이유는 정부가 상반기에만 기준금리를 두 번 인하하면서 예금으로 가려던 개미 투자자들이 너나할 것 없이 주식 시장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리스 사태와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대외적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형주 대신 중소형주를 선택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그동안 국내 증시는 글로벌 증시에 비해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게 사실이었다”며 “그러나 올 상반기 두 번의 금리 인하로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통화정책 기조로 돌아선 점이 주식 시장에는 굉장히 큰 의미였고, 그 혜택을 중소형주가 입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2010~2011년 코스피를 이끌던 대형주들은 상반기 덩칫값을 못하고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수출 효자품목이던 자동차와 휴대폰은 기대만큼 안팔렸고, 올해 4월말 코스피가 2100선을 넘으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할 때도 자동차와 반도체, 기계 등 주요 수출주 주가는 하락했다.
한편 그리스 사태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시기 등 대외적 불확실성은 상반기 내내 이어졌다. 그리스의 구제금융을 둘러싼 국제 채권단과의 갈등은 장장 5개월동안 계속됐지만 지난 26일 그리스가 채권단과의 협상을 거부하고 협상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하면서 사태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만약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진다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 시장에서의 자금유출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장품·바이오 ‘웃고’ 자동차·전자 ‘울고’
상반기는 화장품과 바이오주가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며 관련 소비재 수요가 높아졌고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이 기지개를 켜면서 국내 바이오업계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졌다.
물론 5월말 시작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여파로 관련 시장이 영향을 받긴 했으나 메르스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관련 주가는 다시 오르고 있다.
코스피 내 업종별 상승률은 의약품 업종이 107.4%로 가장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였고, 화학업종이 42.3%로 그 뒤를 이었다. 코스닥은 21개 업종 모두 상반기 상승했는데 그 중 화학, 제약업종이 각각 71.3%, 91%씩 급등했다.
상반기 초반 시장 주도주는 지난해에 이어 중국 관련주들이었다. 아모레퍼시픽(090430)은 연초 233만원이던 주가가 액면분할 전인 지난 4월21일까지 388만4000원으로 66.7% 올랐고, 상반기 전체로는 88.7% 급등했다.
올들어 주가가 가장 많이 상승한 종목은 장비업체 이너스텍(109960)으로 이 업체 역시 중국 관련주로 중국 게임사 로코조이 홍콩 홀딩스 리미티드가 이너스텍을 인수한다는 소식에 상반기에만 1033.1% 뛰었다.
바이어업종도 크게 올랐다. 삼성제약(001360)이 지난해 말 이후 702%, 한미사이언스(008930)는 699% 상승하는 등 급등세가 이어졌다.
다만 단기 급등세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던 4월말 내츄럴엔도텍의 가짜 백수오 논란이 터지면서 코스닥을 비롯한 바이오업종 주도주들은 한동안 조정 기간을 거치기도 했다. 내츄럴엔도텍(168330)은 백수오 쇼크가 발생하나 지난 4월22일 이후 5월13일까지 하루를 제외하고 하한가를 기록했고, 한달간 90.5% 하락해 올해 최대 하락폭을 기록한 종목이 됐다.
반면 자동차와 전자 등 대형 수출주들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세계 경제 부진으로 교역량이 감소한 데다 주력 수출국인 중국의 성장 둔화, 일본 아베 정권의 경기부양에 따른 엔저공세가 겹치면서 수출주 부진을 주도했다.
실제 최근 3년간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은 연평균 1%로 2000~2008년 연평균 11.9%의 고속성장한 후 성장세가 큰 폭으로 꺾였다.
한전부지 매입 이후 20만원선을 이탈한 현대차(005380)는 글로벌 판매량 부진과 환율 악재로 지난 19일 13만원선도 깨지며 연일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최근에는 첫 중간배당까지 발표했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했고, 증권사들은 현대차 2분기 실적을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LG전자(066570)도 29일까지 3거래일 연속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면서 끝없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TV사업의 적자 지속과 스마트폰의 낮은 이익이 탓이다. 포스코(005490)와 현대모비스(012330), 대우인터내셔널(047050) 등도 코스피 주요 업종들도 6월에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상반기 중소형주와 대형주가 상반된 흐름을 보이면서 전반적인 주식시장은 오름세를 나타냈다”며 “하지만 하반기 선진국을 시작으로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이면서 증시에 위험요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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