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7월 도입 결정 후 5년을 끌어 온 저탄소차협력금 제도가 내년 1월 시행까지 불과 반년을 앞두고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있다. 당분간 자동차 제조사와 소비자의 혼선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도입을 추진해 온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환경연)과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의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산업연구원(산업연)은 9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관련 공청회를 열었으나 서로 입장차만 확인했다. 양측을 중재한 기획재정부 산하 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결과도 무용지물이 됐다. 국회는 지난해 3월 저탄소차협력금제 도입을 담은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을 의결했지만, 정부가 시행령을 만들지 않으면 개정안은 사실상 폐기된다.
◇기재부(조세연) 절충안에 환경부(환경연) 강력히 반발
환경연과 산업연의 연구 결과를 절충한 조세연은 부담금 상한선을 400만원을 설정하면 오는 2015~2020년 탄소배출 감축 효과가 52만8000t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환경부 목표치 160만t의 약 35%다. 이에 따른 적자 규모는 3100억원, 연관산업 생산 감소액은 2조8409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환경연은 이 안에 대해 ‘합의안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강광규 환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절충하려는 노력은 고맙지만 일방적 주장”이라고 일축하며 “오늘 3개 기관이 각자 입장을 발표하는 것은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며 그만큼 의견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제도를 앞서 도입한 프랑스와 친환경차 보급 대수가 18~19%에 달하는 일본의 사례를 들며 “일단 도입하면 산업계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온실가스를 목표량에 가깝기 줄일 수 있다”고 역설했다.
김경연 산업연 연구위원은 반면 “조세연 결과를 봤을 때도 이 제도를 도입하면 현대차와 쌍용차, 한국GM 등의 생산·판매에 악영향을 미치는 데 반해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미미한 편임이 드러난다”며 “세입 감소는 물론 EU·미국과의 통상 마찰 제기 우려도 있다”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프랑스가 이 제도 도입 후 공교롭게 자동차 생산 순위 6위에서 15위로 떨어진 점, 그에 반해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율은 주변국과 비슷한 3% 전후에 그친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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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산·학계 관계자의 난타전도 이어졌다. 최봉홍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새누리당)은 이어진 토론에서 “새 법안은 자동차 회사에 맞춰 이미 두 차례 연기된 끝에 국회에서 통과된 사안”이라며 “이제 와서 이런 논의가 나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최 의원은 발표 직후 자리를 떴다.
박심수 고려대 교수는 “일본의 중·대형차 비중은 30% 미만인데 국내는 약 72%”라며 “자동차 업계가 계속 반대하는 것은 그동안 기술개발에 손 놓고 있었다는 걸 인정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국산차 발전을 위해 수입차가 못 들어오게 막아준 적이 있다”며 “(이 법안에 대한 반대는)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송상석 녹색교통운동 사무국장도 “국회 논의과정을 거쳐 대승적으로 합의한 일을 다시 논의하는 어처구니없는 공청회”라며 “그동안 정부 정책을 자기 입맛에 맞게 좌지우지한 현대차가 이번 정책을 반대하는 게 올바른 태도인지 모르겠다”고 역설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김현철 서울대 교수(자동차산업학회 회장)는 최 의원의 퇴장을 지적하며 “정치인은 목소리만 클 뿐 뒤치다꺼리는 우리가 한다”며 “관료의 목소리만 있을 뿐 정작 소비자의 목소리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사실상 탄소세”라며 “중·대형차를 타려는 서민을 환경에 나쁜 영향 미치는 나쁜 차를 나쁜 소비자로 낙인 찍는 나쁜 법”이라고 역설했다. 서민은 새 차값 수십만원을 아끼려고 온갖 방법을 찾는데 몇백, 몇천만원을 가볍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프랑스는 그나마 양심적이어서 정부가 욕먹으며 부담금을 걷는데 우리는 이를 제조사가 대신 걷으라고 한다”며 “소비자의 처지를 반영하지 않은 만큼 근본적으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도 “저탄소차협력금 규제는 제작 단계부터 소유·운행단계에서 내는 세금에 더해 구매 과정까지 국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려는 3중 규제”라며 “제조사도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 친환경차 개발에 힘쓰고 있는 만큼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는 국산차 회사 관계자를 비롯한 산·학·연 관계자가 다수 참여하며 저탄소차협력금 제도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특히 제도 도입에 따라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쌍용차 노조 임원은 이날 공청회에 직접 참석해 “이 제도를 시행하면 우리는 벼랑 끝에 몰리게 된다”며 “더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