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양의 한 산업단지에서 만난 박모(45)씨는 지난 24일 화성의 한 일차전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박씨는 “어제 화재 영상을 인터넷으로 접했는데 무슨 전쟁이 난 것처럼 폭발하더라”며 “근처 배터리 공장에서 불이 난다면 근처에 학교도 있고 끔찍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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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찾은 경기 안양의 한 산업단지는 연료전지·리튬이온 배터리팩 공장부터 리튬배터리 R&D센터 등이 모여 있었다. 산단과 멀지 않은 곳에 학교부터 어린이공원, 초·중학교가 있어 아이들을 하교 시키는 학부모들부터 아이들을 태운 학원 차량이 주변을 지나다니고 있었다. 소규모 공장들은 다른 업체와 함께 건물에 입주해 있었다. 공장이 입주한 건물 관리인은 “충분히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이 있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인근 직원들은 불안감을 표했다. 전자부품 제조 업체에 다니는 김모(32)씨는 “배터리 공장 화재 사건을 보고 ‘정말 저기서 일하면서 불이 나면 죽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 옆 건물에 배터리 공장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물론 잘 대비가 돼 있겠지만 혹시나 불이 번지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리튬이온 배터리팩 공장이 입주한 건물에서 일하고 있는 강모(53)씨는 “사실 별 생각 없었는데 어제 뉴스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며 “이렇게 좁아 터진 곳에 배터리에 불이 붙으면 탈출하기도 어렵고 대규모 사고가 나지 않겠나.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배터리팩 공장이 있는 해당 건물은 각종 아파트형 공장뿐만 아니라 중형 사무실 등이 다수 입주해 있는 상태였다.
산단 주변 아파트에 거주하는 학부모들 역시 극도의 불안감을 표했다. 중1 딸을 키우고 있는 이민서(41)씨는 “배터리 공장에서 한 번 불이 나면 불이 잘 꺼지지도 않고 화재로 발생한 매연도 상당하던데 걱정”이라며 “적어도 주거단지 인근에서 배터리 공장 같은 위험한 공장이 있으면 안 되는 것 아니냐”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중1 딸과 함께 걸어가던 차모(49)씨 역시 “요새 계속 화재 소식을 들어 마음이 싱숭생숭한데 근처에 배터리 공장까지 있다는 사실을 들으니 가슴이 철렁한다”며 “철저한 대비로 불이 나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우려가 계속되자 소방청은 다음달 9일까지 2주간 전국 전지 관련 213개 시설을 대상으로 긴급 화재안전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소방청은 작업장 안전관리 실태확인 뿐만 아니라 소방시설 및 피난·방화시설 유지관리 등을 점검하고 법령을 위반 하는 경우 관계 법령에 따라 엄중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