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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이를 대기업의 수출 전략이 점차 가격 경쟁에서 기술 경쟁으로 바뀐 데 따른 것으로 풀이했다. 가령 20~30년 전만 해도 우리 제조기업은 자동차·석유제품 등을 수출하면서 일본 경쟁사와 가격 경쟁을 했고, 원화 가치 하락은 곧 경쟁력 증대로 이어졌다. 그러나 반도체를 비롯한 현 주력 수출품목은 가격 경쟁보다는 누가 더 첨단 제품을 만들 수 있느냐는 기술 경쟁이 됐고 환율 변동에 따른 가격 차이에 큰 의미가 없어졌다. 이들에게 원화 가치 하락은 오히려 중간재 수입 비용 부담 확대로 이어지면서 영업이익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중소·중견기업을 포함한 전체 제조기업은 여전히 원화 가치 하락이 가격 경쟁력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방식으로 조사했을 때 한국 제조기업은 원화 가치가 10% 내릴 때 영업이익률이 0.46%p, 노동생산성 역시 0.81%p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평균적으론 여전히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 상승효과가 중간재 수입 비용 증가 부담을 웃돈다는 것이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업종인 기타운송장비 제조업은 환율 10% 상승 때 영업이익률 1.21%p, 노동생산성이 2.84%p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를 토대로 정부가 환율 변동에 따른 수출 경쟁력 확보 전략을 마련할 때 기업 업종·규모별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제조기업 성과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만, 원자재·중간재 수입 비중이 큰 ICT 산업의 경우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관련 정책 대응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대기업도 자체적으로 환율 변동에 대응하고 있지만 급격한 상승 땐 부정적 영향이 큰 만큼 이에 맞는 정책적 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