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박 전 시장 유족의 행정소송 법률 대리인이었던 정철승 변호사는 지난 17일 소셜미디어에 김씨와 박 전 시장이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공개해 거센 파장을 일으켰다. 정 변호사는 박 전 시장 유족이 ‘비서 성희롱을 인정한 결정을 취소하라’며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의 법률 대리인으로 활동해, 사건에 대해 깊숙이 관여했던 인물이다.
공개된 메시지는 비서 김씨가 박 전 시장에게 보낸 “사랑해요”, “꿈에서 만나요”, “꿈에서는 돼요”, “꿈에서는 마음대로ㅋㅋㅋ” 등이었다. 박 전 시장은 김씨에게 “그러나 저라나 빨리 시집가야지ㅋㅋ”, “내가 아빠 같다”고 답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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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김씨 법률대리인인 강윤영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는 “(해당 메시지는) 피해자가 수사기관 및 인권위에 제출한 자료”라며 “정 변호사가 앞뒤 맥락을 생략한 채 편집해 공개한 것으로, 인권위에서는 위 포렌식 내용 등의 자료를 종합해 성희롱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 변호사에 대해선 “변호사로서 지득한 비밀을 누설하는 행위이자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행위”라고 비판했다.
◇피해자 “박원순, 화장실 다녀온 후 손 안 씻고 신체접촉”
김씨도 지난 1월 발간한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라는 책을 통해 박 전 시장으로부터 당했다는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밝힌 바 있다. 2015년부터 박 전 시장 비서실에서 근무했다는 김씨는 “어느 날부터 부적절한 신체 접촉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박 전 시장이) 화장실에 다녀와서 손을 안 씻거나 자주 코를 판 손으로 셀카를 찍자며 내 어깨에 자주 손을 올리고 허리와 엉덩이 등을 감쌌다”고 했다. 또 “내게서 나는 향기가 좋다면서 킁킁거리는 시늉을 하며 코를 내 신체에 가까이 댔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2018년 9월 “명백한 성추행이 있었다”고 적었다. 김씨는 “업무차 들어간 집무실에서 (박 전 시장이) 갑자기 ‘여기 왜 그래? 내가 호 해줄까?’라고 말하며 무릎에 입술을 갖다 댔다”고 했다. 김씨는 “(사건 직후) 집무실에서 나와 손세척제로 박 전 시장 침이 묻어 있는 무릎을 깨끗이 닦았다. 너무 더럽고 찝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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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내가 지금 갈까’, ‘나 혼자 있어’, ‘나 별거해’, ‘셀카 사진 보내줘’, ‘오늘 너무 예쁘더라’, ‘오늘 안고 싶었어’, ‘오늘 몸매 멋지더라’, ‘내일 안마해줘’, ‘내일 손 잡아줘’ 등의 메시지를 받았다며 “누가 봐도 끔찍하고 역겨운 문자를 (박 전 시장이) 수도 없이 보냈다”고 책에 적었다.
◇피해자 “신원노출 우려해 성형수술·개명”
계속되는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을 피해 2019년 시장실을 탈출해 다른 부서로 이동했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그는 “(부서 이동) 이후에도 사적 연락을 계속했고 수위는 심각해졌다”며 “(박 전 시장이) ‘이제 다른 부서 갔으니 몰래 만나기 좋겠다’고도 했다. 수치심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또 박 전 시장 지지자들의 공격과 신상노출에 대한 우려 등으로 성형수술과 개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피해자 김씨 책 내용에 대해 ‘사실관계가 틀렸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을 반박하는 내용의 책 ‘비극의 탄생’의 저자인 손병관 기자는 소셜미디어에 “김씨가 (책을 통해)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손 기자는 ‘무릎 호’ 사건과 관련해 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 의견서를 근거로, 피해자가 먼저 ‘시장님 저 무릎 다쳤어요, 호 해주세요’라고 했다는 진술이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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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성희롱 인정”→유족 “일방적 얘기만 들어” 소송
앞서 박 전 시장은 2020년 7월 8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씨가 그날 오후 3시께 경찰에 박 전 시장을 성추행 등의 혐의로 고소한 지 불과 몇 시간 후였다. 박 전 시장 사망으로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 가운데, 인권위는 직권으로 조사를 진행해 지난해 1월 “성희롱이 인정된다”는 취지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시간에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 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며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박 전 시장 유족은 같은 해 4월 “박 전 시장 사망으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인권위가 일방적 얘기만 듣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며 “‘성희롱 인정’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피해자 김씨 측도 박 전 시장 사망으로 실체적 진실에 대한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이 ‘성희롱 여부’에 대한 구체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며 유족의 소송에 부정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는 1년 4개월이 넘는 심리 끝에 지난 8월 23일 변론을 종결했다. 당초 선고는 이달 18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다음 달 15일로 연기된 상태다.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한 법원의 첫 판결이 나올 경우 성희롱 유무를 둘러싼 진실게임 양상이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