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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9월 말까지 파업에 따른 근로손실일수는 30만 2800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5만일)보다 21%가량 늘었다. 근로손실일수는 노사분규로 발생한 사회적 손실을 측정하는 지표다. 하루 이상 조업이 중단된 노사분규 사업장을 대상으로, 파업참가자 수와 파업시간을 곱한 뒤 하루 근로시간(8시간)으로 나눠 산출한다.
파업을 뜻하는 노사분규는 9월까지 85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57건 대비 49% 가량 늘어난 수치다. 노사분규는 노조와 사용자 간의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의견 불일치로 노조 측이 작업 거부 등에 돌입해 1일 이상 작업이 중단된 경우를 뜻한다. 다만 근로조건과 관계없는 정치 파업은 노사분규 발생사업장으로 보지 않는다.
친노동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 들어선 초기 근로손실일수는 줄어드는 추세였지만, 정권 말기로 갈수록 다시 늘어나는 양상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파업으로 근로손실일수는 86만 2000일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8년엔 55만 2000일로 대폭 줄었다.
특히 2019년엔 40만 2000일로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당시 임서정 고용부 차관은 브리핑을 통해 “장기간 파업은 노사 모두에게 불리하다는 노사의 인식 변화, 어려운 경제 여건과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한 노사간 합의 관행 확산, 당사자간 원활한 교섭을 위한 정부의 조정·지원 제도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즉 근로손실일수 감소로 노사관계가 안정화됐다고 해석한 것이다. 고용부는 국내 노조가 과거보다 성숙해지면서 국민 여론과 정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두 해 연속 다시 지표가 나빠지면서 고용부의 분석은 빗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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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는 지난해보다 노사분규 건수가 급증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에는 근로감소일수가 15만 4000일 늘어났지만, 노사분규 건수는 오히려 36건 줄었다. 이는 기아차, 코웨이, 한국GM, 코레일네트웍스, STX해양조선 등 대규모 사업장 위주로 파업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해보다 노사분규 건수도 급증하면서 전 산업 분야에서 노사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올해 발생한 파업으로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업무량이 급증한 택배 노조의 파업과 일부 보건의료노조 파업, 파리바게트의 빵 대란을 불러온 SPC 관련 민주노총 화물연대 파업 등이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의 후폭풍도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조의 파업이 있다. 건보공단은 2006년부터 외주화한 고객센터 직원 1600여명의 직접 고용 문제를 두고 격한 대립을 겪었다. 공단 직고용을 요구하며 고객센터 노조는 지난 2월부터 세 차례 파업을 진행했고, 공단 직원들로 구성된 정규직 노조 역시 이에 반발하며 대치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노사관계 전망도 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백신 접종 가속화로 코로나19 상황을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의 노동계의 기대치가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현 정권에 대한 정규직화 갈등 문제와 차기 정권을 향한 요구 사항을 담은 파업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친(親)노동 정부를 표방하며 정규직화 문제 등 노동 문제에 대해 원칙 없이 접근하면서 노조의 기대치를 올렸다”며 “기대치가 충족되지 못한 노조들이 정치적으로 힘을 과시하는 유인이 많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거기다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고 있어 파업을 선택하는 부담이 낮아졌다”며 “파업에 대해서도 법치주의 정신을 살려야 노사관계가 성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