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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000270) 역시 지난해 영업익은 전년대비 73% 급감한 6622억원에 그쳤다. 1조원을 밑돈 건 2010년이후 처음이다. 이는 중국시장 수출 둔화에 미국 금리인상 등으로 원화강세(환율하락)가 더해지며 일본차 대비 경쟁력 저하 등이 맞물린 탓이다.
그리고 한국 자동차 산업중 가장 약한 고리인 한국GM 군산공장 문제가 터졌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5월말까지 군산공장 완전 폐쇄를 선언했다.
정치권은 너나 없이 두팔 걷고 나섰다. 분당과 합당으로 앙금이 남은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한 목소리로 ‘고용재난지역 지정’을 정부에 요청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정부가 실사에 나서고 대책을 수립하되 중요한 점은 이 지역의 산업과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한 멘트다.
국회 환노위원장인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한 발 더 나갔다. 군산공장 폐쇄는 GM본사의 착취구조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가동률 30%에도 급여의 80%를 보장받은 GM군산공장 노동자의 임금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자유한국당만 “먹튀 논란의 책임을 엄격히 묻지 않고, 귀족노조의 고통분담을 약속받지 못하고 국민 혈세를 퍼붓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노조문제를 언급했다.
사실 자동차 수출이 잘 되고 판매가 잘 되면, 본사의 높은 부품단가나 인건비는 부차적인 문제가 된다. 근본적으로 차가 잘 안 팔리기 때문에 GM사태가 터졌다. 차가 잘 안 팔리면 구조조정을 하든, 차종을 바꾸든 강도높은 자구책을 세워야 한다. 르노삼성은 했고, 한국GM은 못했다. 노사협력과 양보가 갈랐다. 그 결과 르노삼성은 흑자전환을 했고, GM군산공장은 존폐기로에 몰렸다. 이제서야 노조는 “양보할 것은 하겠다”고 한다.
GM군산공장 가동률이 30%수준으로 내려온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GM으로서는 경제논리로 충분히 폐쇄를 결정할 수 있다. 주목할 부분은 GM이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한 시점이다. 시장에서는 결국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지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왜냐면 일자리 정부를 주창한 문재인 정부인데다 심지어 지지기반인 호남 1만3000여개를 비롯해 15만여개 일자리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GM은 군산공장 폐쇄시한을 5월 말까지로 잡았다. 6.13 지방선거를 불과 2주도 채 안 남긴 시점이다. 절묘하다.
베리 앵글 GM총괄 부사장은 이날 국회를 방문해 “한국에서 사업을 개선해 지속하고, 한국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는 군산공장 외에 부평공장과 창원공장 가동률이 각각 100%, 70% 수준으로 완전 철수할 계획이 없다는 뜻이다. GM은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논리로 더 많은 정부 지원을 얻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여야없이 ‘고용안정’만 외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임금근로자 1977만여명중 월 평균 200만원 미만을 받은 사람은 43%인 850만여명에 달했다. 평균 연봉 8700만원(세전 월 725만원)을 받는 군산공장 2200명 일자리 보호를 위해 저임금 근로자의 혈세가 쓰이는 게 온당한가. 정치논리를 떠나 한국 자동차 산업에 대한 진단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