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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배 회장은 9일 경기도 오산시 가장동 아모레퍼시픽 뷰티 사업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창립 70주년을 맞은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진솔하게 털어놨다.
이 자리에서 서 회장은 “뜻깊은 날을 맞아 아모레퍼시픽이 걸어온 길을 돌이켜봤다”면서 “1932년 동백기름 속에 고이 담겼던 우리네 아름다움의 가치는 오늘날 글로벌 혁신 상품인 쿠션이 되어 세계인의 뷰티 문화를 바꾸고 좋은 원료만을 고집했던 어머니의 부엌 한 켠은 절대 품질을 추구하는 아시안 뷰티가 탄생하는 세계인의 부엌으로 거듭났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다. 2시간 가까이 질문과 답변이 이어지는 동안 서 회장은 개성 자택 부엌에서 동백기름을 추출해 내다팔던 할머니 윤독정 여사와 창업주인 아버지 고 서성환 선대회장의 이름을 자주 입에 올렸다. 간담회 시작 전에는 아모레퍼시픽의 70년 역사와 이야기를 담은 아카이브와 스토리가든을 자랑스럽게 선보이기도 했다.
서 회장은 “할머니는 자신이 만드는 물건에 대한 고집이 상당했다. 최고로 좋은 원료만을 골라 썼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타협을 몰랐다. 아버지는 같이 밥을 먹을 때면 남다른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면서 “그런 가르침이 지금의 아모레퍼시픽을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아모레퍼시픽은 1945년 창립 이래 줄곧 국내 화장품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그가 경영일선에 전면으로 나선 2000년대 들어서는 성장의 속도가 빨랐다. 2010년 2조원대에 머물던 매출은 2011년 3조원을 돌파했고, 2014년에는 연 매출 4조 7000억원대 회사로 거듭났다. 또 일찍이 중국과 미국, 프랑스 등 해외 11개국에 진출해 놀라운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70년간 최고, 최초의 행보를 이어오며 가장 기뻤던 순간과 힘들었던 순간을 묻는 질문도 이어졌다. 그는 고난을 먼저 이야기했다.
서 회장은 “1991년 파업이 있었는데 사실은 거의 망할 뻔했다”면서 “그 당시 시장이 개방되고 민주화의 움직임이 있었을 때다. 그런데 그런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1990년대 말에도 (구조조정 등) 어려움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당시 어려움을 극복했을 때 선대회장께서 기뻐하시던 모습이 가장 즐거웠던 순간으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고난과 역경이 지금의 ‘K뷰티 선도기업’ 아모레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서 회장은 앞으로도 도전과 혁신의 행보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올 하반기 5대 경영전략은 △글로벌 사업 박차 △디지털 역량 강화 △소매 역량 강화 △임직원 역량 강화 △품질 경영 정착이다. 무엇보다도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인구 1000만명 이상 ‘메가시티’를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2016년에는 중동, 2017년에는 중남미 시장을 새롭게 공략한다.
또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면세사업 역량도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지속적인 연구 개발로 설화수, 쿠션의 뒤를 이을만한 혁신 상품을 개발하고 온·오프라인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시장 변화에도 적극 대응해 회사의 2020년 중장기 목표로 정한 매출 12조원, 이익률 15%, 글로벌 사업 비중 50% 이상 달성 목표를 실현해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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