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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2년전 왜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했나

김정남 기자I 2015.08.06 16:45:06

여야, 2013년 6월 순환출자법 논의 이후 극심한 입장차
입법 표류하다 갑작스런 동양사태 계기로 그해말 처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3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해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순환출자 규제는 참 민감한 의제다. 순환출자는 삼성·현대차·롯데 등 대기업집단이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고자 ‘A사→B사→C사→A사’와 같이 원 모양(환상형)으로 순환하는 출자구조다. 총수일가가 A사의 지분만 갖고 있어도 B사와 C사까지 사실상 지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너십을 공고히 하는 장치다.

순환출자는 기업이 잘 될 때는 좋은 제도다. 조 단위의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은 ‘주인’(오너)이 아닌 ‘대리인’(최고경영자)은 하기 힘들다. 일사분란하게 대기업집단의 외형을 키우기에는 그리 나쁘지 않다.

문제는 위기일 때 그 폐해가 극대화된다는 점이다. 지난 2013년 동양 사태가 대표적이다. 한 계열사의 부실이 다른 계열사들까지 순환출자 고리를 타고 순식간에 번질 수 있다. 소유와 경영의 왜곡이 불가피한 순환출자 구조 하에서 인위적으로 그룹 지배력을 높이려다 보니 위기가 더 극대화되는 측면도 있다.

박근혜정부가 ‘신규 순환출자 금지’를 대표적인 경제민주화 과제로 규정한 것도 이같은 현실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 순환출자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난 2013년 당시 여야간 입장차가 상당했다. 순환출자를 해소하는데 조 단위의 비용이 드는 만큼 이견이 첨예했다. 결국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1년 8개월 후 롯데 사태로 이 문제는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여야, 2013년 6월 순환출자법 논의 이후 극심한 입장차

6일 국회 등에 따르면 여야는 2013년 6월부터 순환출자 규제를 다룬 이래 약 반년간 격론 끝에 그해 말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여야간 입장차는 그해 7월 본지 쟁점토론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당시 기존 순환출자의 경우 △3년내 해소(김영주·김기식 민주당 의원) △의결권 제한(남경필 새누리당 의원) △그대로 존속(박민식 새누리당 의원) 등 세 가지 법안이 있었다.

정무위 여당 간사였던 박민식 의원은 “현행법에서 인정받던 경영 결과까지 법 개정으로 소급 적용한다면 기업이 안심하고 경영할 수 없을 것”이라며 기존 순환출자는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순환출자의 형성배경과 경제적 파급효과 등 법적 안정성을 고려해야 사회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야당 간사였던 김영주 의원은 “최근 5년간 발생한 순환출자 20건 중 신규투자를 위한 출자는 단 한건도 없었다”면서 “대부분 부실계열사 자금지원이나 편법 상속·증여를 위한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기존 순환출자를 그대로 두면 과도한 경제력집중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도 했다.

워낙 민감한 이슈였던 만큼 이 입법은 흐지부지되는 듯했다. 새누리당은 그 즈음 입법의 무게중심을 경제민주화에서 경제활성화로 옮겼고, 민주당은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한 국정원 개혁에 사실상 ‘올인’했다. 그러다가 동양 사태로 총수일가의 전횡이 갑자기 화제가 됐고, 여야는 ‘기존 순환출자 문제는 추후 정무위에서 지속 논의한다’는 선에서 신규만 규제하는 식으로 급히 처리했다.

◇입법 표류하다 갑작스런 동양사태 계기로 그해말 처리

다만 이번 롯데 사태를 계기로 순환출자 규제가 더 강화될지는 미지수다. 야당은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여당이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같은 저성장 구조에서 새 규제가 투자와 고용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측면 때문이다.

현 정무위 여당 간사인 김용태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롯데 사태는 소유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대표이사를 해임하는 전근대적인 기업문화가 문제”라고 했다. 반면 야당 간사인 김기식 의원은 “올해 안에 기존 순환출자 해소를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야권 한 관계자는 “롯데 사태로 순환출자에 문제제기를 할 수 있지만 그 실현 가능성이 문제”라면서 “삼성·현대차 등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점이 변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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