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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로드맵은 현재 평택~오송 구간의 선로 용량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차량 추가 투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운영 체계를 분리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수립됐다. 코레일과 SR을 통합 운영하면 고질적인 좌석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계산이다.
내년 3월부터 ‘운영 통합’…수서발 KTX 투입
국토부는 물리적 통합에 앞서 ‘운영 통합’을 우선 추진한다. 핵심은 내년 3월 시작하는 교차 운행이다.
총 20량, 955석 규모의 KTX-1을 수서발 노선에 투입해 좌석 공급을 늘리는 것으로, 약 410석 규모의 기존 SRT 열차 대비 1편성당 공급 능력이 2배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경부선(서울발)은 선로가 꽉 차 있어 증편이 어렵지만 수서선은 여유가 있는 편”이라며 “좌석 수가 많은 KTX를 수요가 몰리는 수서로 보내고, 단편성인 SRT를 서울역으로 교차 투입하면 전체적인 수송 효율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KTX 기장의 수서~평택 구간 면허 취득과 안전성 검증 등 사전 준비에 착수했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2단계 운영 통합인 ‘복합 열차’ 운행이 시작된다. 서로 다른 차종인 ‘KTX-산천’과 ‘SRT’를 결합해 운행할 수 있는 통합 소프트웨어 검증을 마치면 열차를 유연하게 운행할 수 있다.
이를 도입하면 기존의 ‘서울→부산→서울’ 단순 왕복 패턴 대신 ‘서울→부산→수서→포항→서울’처럼 기점과 종점을 자유롭게 오가는 방식을 도입할 수 있어, 물리적 선로 확장 없이도 총 1만 6000석의 좌석을 추가 공급할 수 있다.
이용자 편의성도 높아진다. 별도로 운영되던 예·발매 시스템을 연동한다. 내년 3월부터는 ‘코레일톡’이나 ‘SRT앱’ 중 하나만 켜도 서울·용산·수서 등 인접한 역의 열차 시간표를 한 번에 조회하고 결제할 수 있게 된다. 수서역 표가 매진됐을 때 서울역 표를 구하기 위해 앱을 번갈아 켜야 했던 불편이 사라지는 것이다. 코레일톡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수서역에서 KTX를 예매해 탈 경우, KTX 요금이 결제되고 마일리지가 쌓인다.
환승 할인과 수수료 면제도 도입한다. 그동안 SRT 이용객은 ITX-마음 등 일반열차로 갈아탈 때 환승 할인을 받지 못했지만 내년부터는 할인을 받게 된다. KTX와 SRT 간 열차를 변경할 때 발생하던 취소 수수료도 전면 면제된다.
통합이 완료되면 운임 인하 효과도 기대된다. 현재 SRT 운임은 KTX보다 약 10% 저렴하다. 코레일은 통합 시 중복 비용 절감을 통해 전체 운임을 10% 인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국토부는 신중한 입장으로,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14년간 동결됐던 KTX 요금의 인상 압력이 상당하다”며 “통합을 통해 중복 비용을 줄이면 요금 인상을 억제하거나 인상 폭을 최소화하는 효과는 분명할 것”이라고 했다.
2026년 말 ‘거대 통합 공사’ 출범 목표…독점 회귀·안전 우려도
조직을 하나로 합치는 ‘기관 통합’은 운영 통합과 병행해 내년 말 완료를 목표로 진행한다. 정부는 국토부 내 ‘고속철도 통합추진단’을 설치하고 법령에 따른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철도안전관리체계 승인, 합병계약 인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 등 필수 법정 절차를 이행한다는 것이다.
다만 내년 말 완전 통합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철도 경쟁 체제가 10년 만에 막을 내리고 ‘거대 독점 공기업’으로 회귀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경쟁이 사라지면 조직 비대화와 경영 비효율이 재현될 수 있고, 파업 등 비상 상황 시 대체 수단이 사라져 ‘교통 대란’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당장 내년 3월부터 시작될 교차 운행 과정에서 서울역 이용객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좌석 수가 많은 KTX-1이 수서로 빠져나가면 SRT 열차가 서울역에 들어오게 되므로 오히려 서울역 혼잡도가 높아질 수 있다. 이에 더해 유연한 운행이 가능하려면 서로 다른 기종인 KTX-산천과 SRT를 결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기술적 문제와 한 번도 운행해 보지 않은 낯선 노선에 투입되는 기관사의 숙련도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통합 최대 쟁점인 조직·인사 문제를 놓고 노노·노사간 갈등도 우려할 사안이다. 급여·직급 체계 조정 시 SR 직원이 인사나 보수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SR 노조가 완전 통합에는 이견을 보이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철저한 사전 검증을 통해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연구용역과 노사정협의체를 통해 인사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것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이번 통합은 단순한 기관 결합을 넘어 한국 철도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라며 “제기되는 우려에 대해서는 통합 과정에서 불이익이나 안전 문제가 없도록 만전을 기해, 국민에게 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