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스타워즈' 본격화…세계 최고 부호들은 왜 우주로 갈까

김정남 기자I 2021.07.21 14:41:25

베이조스, 브랜슨, 머스크의 '스타워즈'
정부 아닌 민간 주도 우주 시대 열린다
단순 관광 넘어 우주 사업 본격화 의지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20일(현지시간) 자신이 설립한 우주탐사기업 블루오리진의 ‘뉴 셰퍼드’ 로켓을 타고 우주 관광을 마친 뒤 미국 텍사스주 발사장에 무사히 귀환해 로켓 캡슐에서 내리며 웃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방성훈 기자] “우주 여행은 수십년이 걸리게 될지도 모를 큰 비전을 위한 작은 시작과 같습니다.”

아마존 창업자인 세계 최고 부호 제프 베이조스가 20일(현지시간) 우주탐사기업 블루오리진이 개발한 재활용 로켓 ‘뉴 셰퍼드’를 타고 우주 여행에 성공한 뒤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베이조스는 이날 오전 9시13분께 미국 텍사스주 서부 사막지대에 위치한 발사 기지 ‘론치 사이트 원’에서 뉴 셰퍼드를 타고 이륙했고, 지구와 우주의 경계인 고도 100㎞ ‘카르만 라인(Karman line)’을 뚫고 올라간 뒤 지구로 무사 귀환했다. 발사 이후 걸린 시간은 약 10분이다. 이 짧은 시간, 그는 무엇을 보았을까.

베이조스는 “우주 여행은 상업용 항공 여행에서 했던 방식으로 해야 한다”며 “우리는 초창기 곡예 비행가(barnstormer) 단계에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우주발사체는) 날개만 달린 초창기 비행기 수준이며 농사 짓고 있는 사람들 머리 위를 날아다니며 (홍보하고) 몇 분간 공중을 비행하겠다는 사람들에게 적은 비용을 청구하는 정도”라면서 “하지만 그 다음 단계는 우리가 알고 있는 보잉 787”이라고 했다.

◇민간 주도의 우주 시대 열린다

베이조스의 언급에는 ‘민간 주도’ 우주 탐사의 의미가 담겨 있다. 오랜 기간 정부가 이끌었던 일을 이제 기업이 해야 한다는 뜻이다. 짐 브리든스타인 전 미국 항공우주국(NASA) 국장은 이날 베이조스의 우주 여행 성공 직후 CNBC와 만나 “민간 기업가들이 인류를 더 많이 우주로 이동시키기 위한 거대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미래의 인류 우주정거장은 민간이 소유하고 운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이조스보다 9일 앞서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우주 관광 시범 비행에 성공한 게 이를 방증하고 있다. 브랜슨은 지난 11일 자신이 창업한 버진갤럭틱의 우주비행기 ‘유니티’를 타고 고도 80㎞ 이상의 우주 가장자리까지 날아올랐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오는 9월 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건’에 미국 결제처리업체 시프트4페이먼트의 재러드 아이작먼 대표 등을 태우고 540㎞ 상공에서 3일간 지구 궤도를 도는 도전에 나선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우주에 가려는 걸까. 당장은 우주 관광 티켓을 통해 수익을 도모할 가능성이 크다. 베이조스는 이날 “우주 관광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다”며 블루오리진 매출액이 1억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우리는 더 자주 비행하기 위해 더 많은 부스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본격 우주 비즈니스의 시작점

다만 세계적인 부호들의 ‘스타워즈’는 단순 관광을 넘어 우주 비즈니스 자체를 본격화하려는 시도라는 관측이 더 많다. 우주 관광은 비즈니스를 위한 기술력 검증의 장이라는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실제 카르만 라인까지 올라가 몇 분간 극미 중력(microgravity)을 체험하는 게 실질적인 여행의 개념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마저도 가격이 천문학적이다. 이날 베이조스와 함께 뉴 셰퍼드에 탑승한 18세 네덜란드 청년 올리버 데이먼이 낙찰 받은 티켓 가격은 2800만달러(약 320억원)다.

게다가 우주 여행의 사고는 곧 사망을 의미하는 만큼 리스크가 크다. 미국은 우주왕복선에 민간인을 태워 국제 우주정거장으로 보내다가 1986년 챌린저호 폭발 사고가 나면서 전면 중단한 사례도 있다. 숙련된 우주인의 탐사는 일반 민간인의 여행과는 개념이 다르다.

베이조스가 이날 언급한 ‘큰 비전’은 우주 기술을 관광에만 한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달 착륙선, 화성 탐사, 위성 발사 등 선점할 관련 산업들이 즐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루오리진은 이미 대형 로켓 ‘뉴 글렌’을 통해 민간인과 화물을 우주 궤도까지 올리는 더 먼 거리의 상업용 우주 비행을 추진 중이다. NASA의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여하기 위해 착륙선 ‘블루문’ 역시 개발하고 있다.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추후 화성 유인 탐사까지 노리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돈 지구에 썼다면” 비판도

브리든스타인 전 국장은 “우주는 정말 광활하다”며 “우리는 겨우 우주의 표면을 긁고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했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우주산업의 규모는 2040년 1조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의 경우 3500억달러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세계 최고 부호들의 우주 경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미국 노동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 UC버클리 정책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베이조스와 브랜슨, 머스크의 우주 로켓 발사는 1인당 200~300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억만장자들이 그 돈과 시간을 지구에 투자했다면…”이라고 했다. 이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베이조스는 우주 비행에 앞서 지난 14일 미국 국립 항공우주박물관을 운영하는 스미스소니언 협회에 2억달러(약 2300억원)를 기부한 데 이어 이날 자선사업 및 사회활동가 2명에게 같은 금액을 전달했다.

세계 최고 부자이자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와 3명의 동승자를 태운 미국 우주탐사기업 블루오리진의 ‘뉴 셰퍼드’ 로켓 캡슐이 20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발사장에 무사히 귀환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제공)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