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기업 기준 60여개 관련 법 손본다

최훈길 기자I 2016.05.09 15:44:38

법령 57건, 지자체 자치법규 7건 검토 착수
12개 부처, 7개 지자체 영향
세법, 구조조정 등 민감내용 다수
광폭 개편 예고했지만 ''부처 칸막이'' 우려돼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 규제 논란을 빚은 대기업집단 기준을 개선하기 위해 60여개 관련 법 개정을 검토하고 나섰다. 업계에선 시급한 개편 필요성을 제기하지만 10여개 부처 소관 법이 관련돼 있어서 ‘부처 칸막이’에 늦춰질 우려도 나온다.

9일 공정위·법제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기준과 관련한 법률 및 대통령령(57개), 지자체 조례·시행규칙 등 자치법규(7개) 등 총 64개 관련 법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경쟁정책국 관계자는 “대기업집단 기준에 대해 관계부처와 기본적인 논의를 시작했다”며 “앞으로 60여개 관련 법에 대해 관계부처와 본격적인 의견조회·협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2008년 대기업 기준을 총자산 2조원에서 5조원으로 올린 뒤 현재까지 유지해오고 있다. 지정 기준을 바꾸려면 국무회의를 통해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바꿀 수 있다. 국회 심의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예상보다 빨리 개정이 이뤄질 수 있다.

◇64개 관련 법, 12개 부처 협의 필요

문제는 부처 협의다. 대기업 기준과 관련한 다른 부처의 관련 법이 수십 개에 달한다. 관계 부처는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문화체육관광부,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인사혁신처, 중소기업청, 행정자치부 등 12곳이다. 경기, 경북, 대전, 서울 양천구, 인천, 포항, 해남 소관 시행규칙·조례까지 포함하면 지자체까지도 확대된다.

해당 소관 법령 중에는 민감한 내용도 다수 포함돼 있다. 산업부 소관 법률이 9개로 가장 많고 농림부(6개)·금융위(5개)·미래부·중기청(각 4개)·기재부(3개) 등 경제부처와 협의할 내용이 대다수다.

산업부 소관 법률로는 올해 8월 시행되는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에 규정된 사업재편 내용 등이 관련돼 있다. 뿌리산업법·산업융합촉진법 등 기업 지원에 대한 내용도 영향을 받는다.

은행법·금융지주회사법에 규정된 주식보유제한 내용,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의결권 조항, 대부업법에 담긴 거래제한·과징금 규정도 금융위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관세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법인세법 등 기재부와 세법·예산 관련해 논의할 부분도 만만치 않다. 대기업의 소유제한, 겸영금지 등을 다룬 신문법·방송법·방송광고판매대행법 시행령, IPTV법 시행령은 신문·방송·통신시장에 끼치는 파장이 크다.

대기업 기준을 바꿀 경우 중기청 소관 법령에 규정된 중견·중소기업 정의도 변경해야 한다. 이 결과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사업 지원 내용(고용노동법), 농어업 지원(FTA농어업법), 중소기업 지원(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 등도 달라지게 된다. 민간기업 휴직제(공무원임용령) 대상 기업도 바뀌어 공무원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

◇세법·사업재편·신방겸영 등 민감 법안 다수

논의가 어디까지 확장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대기업집단 기준을 현재보다 상향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일각에선 해당 기준을 폐지하는 방안도 주장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간담회에서 “뭘 해보려는 것을 다 발목을 잡아놓고 ‘투자가 안 되느니, 경제활성화가 안 되느니’ 하면 안 된다. 다 뛰게 해주고 그렇게 해야 되지 않나”며 광폭 개편을 시사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그동안 얘기 나왔던 것들을 전체적으로 논의할 것”이라며 “현재로선 어디까지 논의할지 예단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고 말을 아꼈다. 신현윤 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대기업집단 지정을 통한 사전적·포괄적 규제 방식보다는 사후적ㆍ개별적 규제방식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기준 관련 57개 법령에 입법예고 중인 법령도 포함돼 있어 이같이 이름이 중복된 법령은 하나로 정리했다. (출처=공정위, 법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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