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싸움에' 한·일 통화스왑 14년 만에 중단(종합)

김보리 기자I 2015.02.16 16:01:01

양자 간 달러화 베이스 스왑으론 한·일 스왑 유일
이번 협정 종료로 달러 스왑 ''0''

[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한국은행은 오는 23일 만기가 돌아오는 한·일 통화스왑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경제·금융상황을 볼 때 굳이 만기를 늘리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이지만 이보다도 한·일 자존심 싸움에 결국 중단됐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2001년 한국과 일본 사이에 개설된 달러베이스의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이 개설된 지 14년 만에 완전히 종료된 셈이다.

한은은 23일 한·일 통화 스왑을 예정대로 만료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일 통화 스왑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현재 우리나라가 양자 간 맺고 있는 유일한 달러 베이스의 스왑 창구라는 상징성을 띤다. 여타 통화 스왑은 자국통화와 원화 간 협정이다.

한·일 통화스왑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아시아 권역 내 유동성 확보를 목적으로 2001년 7월부터 20억 달러 규모로 시작돼 세계금융위기 이후인 2011년 10월까지만 하더라도 700억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전격 방문한 직후 양국 관계가 급랭하면서 2012년 10월 별도의 만기연장 없이 규모가 130억달러로 대폭 축소됐다. 2013년 6월에도 만기가 돌아온 30억달러의 스왑 규모를 종료해 현재 100억달러만 남아 있다.

양국 통화스왑 중단은 지난 9~10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일본 재무장관과 별도로 회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부각되면서 종료는 거의 예정된 수순이었다.

한·일 통화스왑은 크지 않은 금액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도 달러화 베이스의 상징성을 가졌다. 현재 우리나라의 충분한 외환보유고와 경제·금융 상황 등 경제적인 요소로 결정된 것이라고 하지만 결국 양국의 매끄럽지 않은 관계가 영향을 끼쳤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계약이 종료가 예정됐던 상황이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가 충분하고 여타 상황을 고려할 때 한일 통화스왑은 ‘플러스 알파’의 개념이었기 때문에 연장 여부가 시장에 긍정적 효과를 주는 단계는 아니다”며 “다만 재계약이 아닌 연장은 협상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다자간 협정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M)를 제외하면 중국, 호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와 통화 스왑을 맺고 있다. 이들은 달러가 아닌 위안화, 호주달러, 디르함 등 모두 원화와 각국 통화 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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