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여섯 시간여 만에 해제한 가운데 영국을 비롯한 유럽 자본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공통적인 의견이다. 대부분이 한국 투자처를 보유하고 있거나 한국 투자를 진지하게 고려하는 곳으로,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분위기다. 계엄 사태가 일단락된 상황에서 관련 정치적 파장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에 대비하려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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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이러한 반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 3일 밤 윤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전한 내용을 되짚어봐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종북 반(反)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 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선포는 1979년 10월 이후 45년 만의 일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 계엄에 따른 우려는 유럽 주식시장에 주식예탁증서(GDR) 형태로 거래되는 한국 기업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우선 런던에 상장된 삼성전자(005930)는 장 중 7% 이상 하락했다가 낙폭을 줄여 3.30%로 하락 마감했고, 오는 19일 런던증시에서 상장 폐지되는 현대차(005380) GDR은 1.82% 하락 마감했다. 독일 프랑크프루트 증시의 LG전자(066570) 또한 3.45% 하락 마감했다.
불안감은 주식시장에서 그치지 않았다. 영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선 계엄령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고려해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까지 가동했다. 대표적으로 영국 외무부는 “한국의 계엄령 선포 이후 전개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현지 당국 조언을 따르고 정치적 시위를 피하라”고 전했다.
현지 자본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한국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유럽 한 투자사 관계자는 이데일리에 “일부 해외 투자사가 한국서 장기화하는 의료대란으로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계엄령 사태까지 터졌다”며 “투자 관점에서 보는 한국은 매력적이지만, 불안정한 면모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장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으나, 정치적 불안정성을 우려하는 일부 투자사들은 투자 전략을 재조정할 수 있다곱 본다”며 “불안정한 상황이 장기화한다면 투자자들 사이에서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경향이 짙어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반면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원화나 해외 주식예탁증서에 변동성은 있었으나 일부 안정화됐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일”이라며 “한국에는 뛰어난 기술력을 갖췄으나 여전히 저평가된 기업들이 많기때문에 투자 검토는 꾸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