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에이브릴 우 트렌드포스 수석부사장은 서울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에서 열린 ‘트렌드포스 로드쇼 코리아’에서 이같이 말했다. 내년에도 엔비디아의 AI 시장 독점 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며,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마이크론 등 메모리 업체들의 ‘엔비디아 모시기’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진단했다. 우 부사장은 “엔비디아는 여전히 HBM 시장의 지배적인 선수로서 내년 HBM 수요의 73%를 차지할 것”이라며 HBM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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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트렌드포스는 ‘AI 시대, 혁신과 기회’라는 주제로 트렌드포스 로드쇼 코리아를 개최했다. 트렌드포스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업체 TSMC가 있는 대만에서 반도체 시장을 조사하는 업체다. 이번 행사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여는 콘퍼런스로, 트렌드포스는 HBM을 포함한 메모리 반도체, 생성형 AI의 영향, 파운드리 등에 대해 발표했다.
메모리 반도체를 담당하는 우 부사장은 “엔비디아 블랙웰이 HBM3E 12단 제품을 대거 채택해 HBM3E는 내년 HBM 시장에서 85%를 차지하며 39%포인트 증가한다”며 “내년 이후엔 6세대인 HBM4 초기 샘플이 출시되며 (엔비디아 등이) 2026년 공식적으로 도입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HBM시장에서 5세대 제품인 HBM3E가 대세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AI 시장 큰 손인 엔비디아는 올해보다 높은 HBM 수요를 보이며 메모리 업체에 더욱 큰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올해 HBM 수요는 58%에 불과했지만 내년에 73%로 증가한다. 우 부사장은 “AMD는 상당한 HBM 구매량에도 불구하고 AI 반도체 출하량 분석을 보면 HBM 소비량이 여전히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AI 반도체와 범용 반도체의 양극화 현상이 장기화하자 메모리 업체들은 HBM에 주력하고 있다. HBM 글로벌 수요가 이어지고 있고, 수익성 측면에서도 HBM이 메모리 시장을 이끌고 있어서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만든 칩이다.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메모리 기업의 수익성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내년 HBM의 평균 판매 가격(ASP)은 18% 증가해 수익성을 156%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D램 수익에서 30%를 넘어서며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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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포스는 HBM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첨단 기술이 요구되는 만큼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과 수율 확보가 메모리 업체들이 경쟁에서 선두를 잡을 수 있는 핵심으로 판단했다. 우 부사장은 “HBM3E 12단 제품의 수율 문제를 극복해야 하며 (공급사가 원하는) 자격을 충족하는 게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내년부터 HBM3E 수율이 증가하고 주문량의 가시성이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은 HBM 16단 제품에 적용되고 이후 HBM 공정을 계속 주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에 선두를 빼앗긴 삼성전자는 HBM4에서 판 뒤집기를 노리고 있다. 로보 치앙 트렌드포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기자와 만나 삼성의 반도체 위기론에 대해 “지금은 삼성이 도전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기술이 쇠퇴하는 게 위기의 주된 요인인데 당장은 해결하기 힘들겠지만 삼성은 한국의 가장 큰 기업인 만큼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