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먹거리’ 내세운 김상현…롯데 ‘광고 사업’ 키운다(종합)

김정유 기자I 2024.09.26 16:24:58

롯데 유통군, ‘리테일 미디어’ 사업 본격 추진
김상현 부회장 작년부터 ‘신성장동력’으로 강조
통합 플랫폼 추진, 이마트 등과 차별화 꾀해
본업만으로 안돼, 유통업계 광고사업 강화 속도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롯데 유통군이 자체 보유한 온·오프라인 채널을 활용한 ‘리테일 미디어’(유통사 채널을 활용한 광고) 사업에 드라이브를 건다. 본업만으로는 힘들어진 최근 유통시장 환경 속에서 롯데가 내건 승부수다.

국내에서도 이마트(139480) 등이 계열사별로 시행하고 있지만 롯데 유통군은 ‘통합 플랫폼’을 내세우며 보다 힘을 싣는 모습이다. 특히 롯데 유통군을 이끄는 김상현(사진) 롯데쇼핑(023530) 부회장이 지난해부터 강조하며 준비해왔던만큼 얼마나 파급력을 나타낼 수 있을지 관심이다.
사진=롯데쇼핑
◇작년부터 강조한 김상현의 ‘RMN’ 추진 전략

26일 롯데 유통군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지난해 최고경영자(CEO) IR데이에서 ‘리테일 테크 트랜스포메이션’을 올해 주요 추진 전략으로 내세웠다. 온·오프라인 데이터와 애드테크(광고 기술)을 융합한 ‘리테일 테크 네트워크’(RMN) 플랫폼 구축 등이 주된 내용이다.

김 부회장은 지난달 타운홀 미팅에서도 이 같은 광고 사업 추진 계획을 밝혔다. 당시 김 부회장은 “미국의 경우 수백개 이상의 유통사들이 광고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며 “우리도 광고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김 부회장이 지난해부터 꾸준히 새 먹거리로 내세웠던 광고 사업이 하반기 본격화한다. 롯데백화점·마트·슈퍼·롯데온·하이마트·세븐일레븐 등 사업부별로 흩어졌던 리테일 미디어 환경을 통합하는 것이 골자다. 통합 플랫폼을 구축, 롯데 유통군의 다양한 채널에 광고를 손쉽게 집행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리테일 미디어는 온라인 쇼핑몰 검색 창·배너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의 다양한 채널에 광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유통업체들 입장에선 이미 다량으로 확보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광고 서비스가 가능한만큼 최근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에선 월마트, 아마존 등이 광고 사업을 확장 중이다.

롯데 유통군은 이번 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해부터 RMN 추진 태스크포스(TF)팀도 꾸렸다. 권원식 롯데 유통군 RMN추진TF장(전무)은 “글로벌 RMN 시장 규모는 약 200조원으로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롯데 유통군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RMN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 유통군 RMN추진TF 직원들이 RMN 통합 플랫폼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롯데유통군)
◇이마트도 이미 참전, 향후 유통업계 먹거리될까

리테일 미디어 사업은 최근 본업 경쟁력만으로 생존이 어려워진 유통업계에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다. 구매 단계의 가장 끝 부분에 있는 고객을 직접적으로 겨냥할 수 있기 때문에 광고 성과를 매출로 연결하기 쉬워서다. 하루 수백만명이 방문하는 오프라인 매장 자체가 하나의 거대 광고 플랫폼이 되는 셈이다.

경쟁사 이마트는 일찍이 2017년부터 점포내 디지털 사이니지를 구축하며 리테일 미디어 사업에 나서왔다. 현수막, 행잉배너 등 아날로그 매체가 아닌 디지털 사이니지를 통한 리테일 미디어 사업으로 광고 효율을 높였고 콘텐츠의 종류도 다양화하는 등 자체 노력을 기해왔다. 이 결과 지난해 기준 이마트의 리테일 미디어 사업 매출은 전년대비 15% 늘어났다.

이마트 관계자는 “디지털 사이니지가 설치된 점포는 2019년 88개점에서 2023년 122개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는데 이는 전체 이마트 매장의 94%에 해당한다”며 “향후에도 고객 구매 데이터, 이마트 앱 이용 패턴 등 회사가 보유한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효율성 있는 광고 매체를 기획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마트도 사업 자체를 계열사별로 각자 추진해왔던 한계가 있었다. 롯데 유통군은 이와 달리 단일 계약으로 각 계열사 채널과 미디어에 광고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을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롯데 유통군 관계자는 “다른 유통사들도 리테일 미디어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롯데처럼 하나로 통합해서 진행하는 곳은 아직 없는 걸로 알고 있다”며 “이번 사업을 위해 지난달 미국 애드테크 업체 엡실론과 업무협약을 맺고 공동으로 시스템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선 롯데의 리테일 미디어 사업 강화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수익성 확대는 물론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전통 유통기업들의 효과적인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리테일 미디어 사업은 유통사들이 플랫폼 업체들의 주요 사업인 광고 시장에 진출한다는 의미를 지닌다”며 “현재 리테일 미디어 사업의 개념이 오프라인으로 확장되고 있는만큼 (전통적인 유통사들의) 주도권이 더 공고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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