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2021년 상반기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의 3년 만기가 이달 들어 돌아오면서 원금 손실이 확정되자, 투자자들에게서 비명이 터지고 있다. H지수 ELS 상품은 보통 3년 만기 때 H지수가 가입 당시의 70%를 넘으면 원금과 이자를 모두 받는데, 2021년초 1만 2000포인트 선을 넘었던 H지수는 현재 5400대에 머물러 있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권의 H지수 ELS 판매 잔액은 15조9000억원, 계좌 수는 24만8000개. 단순 계산하면 계좌당 평균 판매 금액이 약 6400만이다. 3년 전 은행에서 H지수 ELS 상품을 샀다면 현재 적어도 수 천만원 손실을 볼 상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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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지수 평균가는 2021년 2월 1만 1743, 3월 1만 1180포인트로, H지수가 반등하지 않고 현재 수준을 유지하면 대부분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홍콩H지수 관련 ELS는 2021년 상반기 발행 물량이 대거 손실을 보면서 만기 상환에 들어가기 때문에 당분간 발행에 부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고 분석했다.
금감원이 배상 기준안 마련을 검토하고 있으나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에 비해 보상 비율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DLF 손실 사태 당시엔 배상 비율이 20~80%로 정해졌는데 적합성 원칙과 설명 의무 위반, 부당 권유 등에 따른 기본 배상 비율을 정한 뒤 금융 취약계층 판매 등에 가산을 부여하고 투자 경험 여부에 따라선 차감해 금융 회사가 최종 배상 비율을 내놓게 했다.
한편, 은행 영업점 직원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정부의 소홀했던 제도 개선과 은행 경영진의 과도한 이윤 추구인데 일선 영업점에서 일하는 은행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현장점검과 관련해 곧 금감원과 면담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면담은 홍콩 ELS 대규모 손실 사태에 대한 책임을 영업점 일선 은행원 등에만 전가하는 방식의 조사에 대한 항의 차원으로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