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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치료 목적의 행동이었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당시 A씨의 행동이 동료 의사의 제지에도 반복됐음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수술실 내 동료 의사의 진술에 일관성이 있고, 의료 전문가가 보기에도 치료 목적이 아닌 여성 환자에게 취하기 부적절한 행동을 반복했던 사실이 인정된다”며 “사건 당시 해명하지 않았고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같은 행동을 반복한 건 치료 목적이 있는 일반적 신체접촉의 범위를 넘어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A씨가 환자와 의사 간의 신뢰 등 직업 윤리를 저버린 만큼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의료진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마취를 하고, 자신의 신체를 맡긴 환자를 저버린 것”이라며 “의료계 종사자들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했고, 병원을 이용하는 다수 시민들의 불안감을 고려하면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엄히 처벌할 수밖에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2019년 아산병원 산부인과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던 도중 수술을 앞두고 마취 상태로 대기 중인 여성 환자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주변의 제지에도 특정 신체 부위를 수술 도구가 아닌 손으로 만지고, “직접 처녀막을 볼 수 있나요”등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검찰은 수사 끝에 그를 2021년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A씨의 재판은 지연을 거듭해왔다. 재판 초기 A씨는 눈을 감고,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 등의 태도를 보였으며, 출석도 성실히 하지 않았다. 지난해 1월 1심 선고를 앞두고서는 변호인단을 교체하고, 대한의사협회(의협)에 사실조회를 신청하며 다시 시간을 끌었다. 이에 재판은 1년 9개월 가까이 이어져오게 됐다.
A씨는 지난달에서야 비로소 입을 열고 의협의 사실조회를 바탕으로 자신의 행동에 치료 목적이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A씨 측 변호인은 “의협의 사실조회, 의료감정서를 바탕으로 특정 질환의 진단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신체 부위를 만지게 된 것”이라며 “이제 A씨가 입장을 명확히 밝힌 만큼 억울함 없는 판결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이날 법정에 출석한 A씨는 법정구속됐다. A씨는 “(구속)영장 발부와 관련해 할 말이 있냐”는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는 말 외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