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당헌 신설이 당원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온라인 플랫폼 구상에 열을 올리는 이 후보의 가치관과 일맥상통하는 바, 당헌이 일부 지지자의 요청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에 친명(親이재명)계와 비명(非이재명)계 간 갈등이 예상된다.
|
앞서 민주당 당무위원회는 지난 19일 당헌에 권리당원 전원투표에 대한 조항을 신설, 전국대의원대회 의결보다 우선하는 당의 최고 의사결정 방법이라고 규정했다. 권리당원 전원투표는 당의 합당과 해산, 특별 당헌과 당규 개폐에 대해 할 수 있다.
문제는 ‘특별 당헌·당규’의 해석이다. 특별 당헌의 정확한 범위가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당원이 원하는 방향으로 의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헌 개정안 제3장 4항에 따르면 ‘권리당원의 100분의 10 이상의 연서명으로 발의한 안건’에 해당할 경우 권리당원 전원 투표가 실시된다.
이에 대해 박용진 당 대표 후보는 이날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현재 전 당원 투표의 요건은 당규상 3분의 1 투표, 과반 찬성이면 성사되는 구조”라며 “이론적으로 전체 당원의 16.7%가 당의 주요 정책과 당헌·당규 등을 좌지우지할 권한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칫 일부 강성 목소리만 과대대표되는 일이 될 수 있어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더 크게 만들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우리는 모든 선거에서 필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비명계 의원은 “사실상 ‘개딸’(개혁의 딸)의 요구를 다 들어줄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며 “상식 밖의 요구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지난 15일 순천대 행사에서 투표로 특검과 탄핵도 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말한 것에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그는 지난 15일 이 후보가 순천대 행사에서 플랫폼 가동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것을 언급하며 “이 후보가 ‘무엇을 해야 한다’고 말하면 강성 지지자들이 요구하고 이를 통과시키는 수순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우상호 “강성층에 좌지우지될지 않을 것” 반박
이에 대해 당 지도부는 그간 권리당원 전원 투표가 이뤄져 왔으나 근거 조항이 없어 당헌에 명문화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열린민주당과의 합당, 지난해 4·7 재·보궐 선거 후보 공천 등 당의 주요 정책을 결정한 사례가 두 차례 있다며 권리당원 투표에 관한 규정이 제각각이어서 이를 한데 합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전 당원 투표는 어떤 요건에서 어느 주제로 할 것인지 당헌·당규에 명시돼 있지 않아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당 당헌 신설로) 강성 지지층에 의해 당이 좌지우지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강성이냐 약성이냐의 문제와 연결된 게 아니다. 정당의 운명에 관련된 중요한 사안을 전 당원 투표로 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박성준 의원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후 권리당원 전원투표 당헌 신설 문제에 대한 입장을 묻자 답변하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다.
한편 친명계는 김진표 국회의장의 ‘여야 중진 협의체’ 구상에도 반발했다. 곧 출범을 앞둔 ‘이재명 당 대표 지도부’의 힘이 빠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형배 무소속 의원은 이날 SNS에서 “여야 중진협의체 논의 당장 중단하시기 바란다. 얻을 수 있는 시민의 이익도 야당의 이익도 없다”고 밝혔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 역시 “여야 중진협의체 절대 반대한다. 민주주의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친명계의 집단적 행동에 한 비명계 의원은 “이 대목이 바로 ‘사당화’의 우려 지점”이라며 “‘이재명의 민주당’을 견제할 장치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