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2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6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27명으로 구성되는데 이날 회의에는 위원 전원이 참석했다.
이날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은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최초요구안을 각각 제출했다. 사용자위원은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올해와 같은 9160원 ‘동결’을 요구했다. 경영계는 지난해 최저임금 미만율은 15.3%로 최근 4년 연속 15%를 상회한 점과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최저임금 적정수준의 상한선이라 할 수 있는 중위임금 대비 60%를 초과한 점을 동결 이유로 설명했다고 전해졌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임금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지급 능력”이라며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인상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지불 능력은 이미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과도한 인상 요구는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인에게 문 닫으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1일 양대노총은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올해 최저임금인 시급 9160원 대비 18.9% 인상한 시급 1만 890원을 요구했다. 월급으로는 227만 6010원이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산정 기준으로 가구 생계비를 들었다. 최임위가 조사한 지난해 기준 비혼 단신 노동자 1인의 생계비는 220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주 소득원이 3인 가구 이상의 다인 가구로 구성돼 있는 만큼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가구 생계비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이날 “물가가 심각할 정도로 가파르게 계속 오르고 있다”며 “한국은행 총재까지 나서 ‘물가가 오르고 금리가 상승하는 과정에서 어려워진 취약계층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취약계층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절실하다”며 “미국, 영국, 독일 등 지구 상 대다수 나라가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했다”고 덧붙였다.
|
특히 노사는 이날 각각의 최초 요구안의 근거가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중세기업과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지불능력의 어려움은 재벌중심의 이윤축적과 수직계열화된 구조적 문제”라며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최저임금법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지불능력을 지속적으로 거론하며 여론을 호도하는 사용자 위원들에게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류기정 경총 전무는 “노동계 최초요구안의 핵심 기준이 가구생계비이지만,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어느 나라도 가구생계비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 나라는 없다”며 “최저임금으로 가구생계비까지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반박했다.
노사 최초 요구안의 격차는 1730원이다. 최저임금 수준 논의는 노사가 각각 제시하는 최초 요구안의 격차를 좁혀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수정안 제출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익위원이 중재안을 제시해 표결에 들어간다. 특히 이번 심의는 법정 기한을 준수할 수 있을 지도 주목된다. 올해 심의 기한은 오는 29일까지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의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수준을 논의할 때 최저임금법이 정한 결정 기준인 근로자 사용 대비 유사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기준에 맞춰 논의가 집중되고 진전될 수 있도록 노사 모두 노력해 주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